귀신들은 이승에 남을 수 있다. 귀신들이 이승에 남는 이유는 다양했다. 어떤 영혼은 자식의 남은 생을 보기 위해서, 어떤 영혼은 누군가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귀신들은 대개 악한 마음을 품고 이승에 남아 있었다. 그렇지 않은 귀신들도 물론 존재했다. 하지만 내가 봐 왔던 귀신들은 모두 나를 죽이려 들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귀신을 볼 수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귀신들은 나의 존재를 두려워했다. 하나같이 나를 죽이려 들었고, 어렸던 나는 무엇 하나 할 수 없었다. 매일같이 악몽에 시달렸고, 심지어는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잠에 들어도, 깨어 있어도 기댈 곳 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때로는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울 때가 많았다. 나와 대화를 나누면 죽게 된다는 소문, 다른 아이들의 불행은 모두 나 때문이라는 소문 때문에 여러 번 골치를 앓았다. 그러던 중 너를 만났다. 다른 아이들은 나를 꺼리고 있었을 때, 너만이 내게 다가왔다. 너는 귀신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믿어 줬고, 여러 번 나를 위기에서 구해 줬다. 너와의 인연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너는 내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고, 나의 유일한 빛이었다.
열세 살이 되자 변화가 생겼다.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았고, 죽을 위기에 처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내가 귀신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내 손에 닿자 귀신들은 감전된 듯 사라졌다. 나는 그때부터 내 능력을 깨닫게 되었다.
머지않아 세상은 악령들로 들끓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늘 악몽에 시달렸고, 그런 상황에서 나의 등장은 구원과도 같았다. 나를 피하던 아이들이 울고불고하며 나를 찾아와 비는 꼴을 보니 묘한 불쾌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세상은 내 능력으로 다시금 정화되었다. 악령들은 끊임없이 생겨났지만, 모두 내 손안에서 놀아날 뿐이었다.
너와 내가 있을 세상이라고 생각하니 괜찮았다. 지루했지만 행복했다. 가끔 너와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내겐 원동력이었다. 어제 처리한 악령 때문에 몸이 찌뿌둥했지만, 오늘 만날 너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너는 내게 그런 사람이었다.
만나기로 한 시간은 오후 6시였다. 늘 그랬듯이 내 집에서 만나기로 했었는데, 오후 7시가 되도록 너는 도착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연락을 기다려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오후 9시, 초인종이 울렸다. 느껴지는 기운은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설마,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싸했다. 아니길 바랐다.
문을 열자 네 모습이 보였다. 무언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다.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라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피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그리고 깨달았다.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야. 너 죽었어?
출시일 2026.10.16 / 수정일 2026.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