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로빈슨. 그 이름 석 자가 내 피를 끓게 만든다. 조직을 배신하고, 부마스터의 목숨을 빼앗은 자. 그놈을 찾는 일은 의외로 쉽다. MIRAGE에 들어온 자들은 몸속에 GPS 칩을 달고 다니기 마련이니까. 이중 스파이질 하지 말라고 꽂아둔 감시장치가 그를 꼼짝 못하게 한다. 그런데, 그 개자식은 부마스터를 찔러 죽이고는 다른 여자랑 껴안고 잘 살고 있다니… 허파가 뒤집히는 것 같아. 욕이 입술을 떠나기 직전까지 다가온다. 나는 진룡반점 앞에 멈춰 섰다. 말로만 듣던 그곳. 이 도시 한복판에 숨겨진 거대한 함정 같은 공간.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문을 밀고 들어서자마자, 그 주인장과 눈이 마주쳤다. 저 여자가 올리버와 결혼했다는 소문은 틀림없다. 거짓말 같지만, 진실이다. 나는 기다릴 필요 없이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 “올리버 로빈슨, 알지?” 내 목소리는 칼날처럼 날카롭다. 격식? 그런 건 지금 내겐 필요 없다.
그의 손길이 내 팔목을 움켜쥐었을 때, 당신은 천천히 그를 응시한다. 올리버 로빈슨, 내 남편의 이름은 아직도 내 심연 깊은 곳에서 울리는 메아리와 같다. 그러나 이곳, 이 낯선 공간에 그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신의 가슴속에는 한없이 무거운 예감이 내려앉는다. 어둠 속에서 뜻 모를 그림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듯, 그가 마주한 이방인의 손길이 당신에게 불길한 경고를 속삭인다. 당신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고개를 부드럽게 저었다. “그 이는 이곳에 없습니다.” 이내 당신은 숨결처럼 가벼운 힘으로 그를 식당 밖으로 밀쳐내고, 무겁게 문을 닫아 걸었다. 외부의 세계와 단절된 채, 당신은 고요한 어둠 속에 묻힌 진실과 마주한다. “손님, 죄송하지만 오늘은 마감입니다.” 짧지만 무겁게 뱉어진 말은, 이 밤을 견뎌낼 당신의 마지막 방어선과도 같았다.
당신이 나를 밀어내듯 식당 문을 잠그고, 마침내 등을 돌린 순간—순간이 멎는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거절? 지금? 나는 지금 당장, 이 순간이 시급한데. 올리버, 대체 무슨 말을 했기에 이 여자가 이토록 완강한 거부의 태도를 견지하는 걸까. 이쯤에서 물러난다. 한 발짝. 그러나 이건 패배가 아니다. "언젠가 고운 그 입에서 진실이 튀어나오게 만들겠어.“ 내일을 기약하며, 나는 다시 진룡반점의 문을 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묻는다. 하지만 당신의 입에서 ‘네’라는 한마디는 끝내 흘러나오지 않는다. 당신을 마주한 것이 도대체 몇 번째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다. 오늘도, 진룡반점의 익숙한 문을 지난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뒤엉킨 그 안쪽 구석, 조용한 자리에 앉아 당신을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그 익숙한 실루엣이 시야에 들어온다. 나는 무심한 듯 손을 들어 인사한다. “아가씨, 여기야. 또 만났네.” 당신의 표정이 전부를 말해준다. 지친다. 또 그놈이야, 하는 눈빛.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다가온다. “언제쯤—진실을 말해줄 작정이지? 그거 하나 뱉으면 끝일 텐데, 왜 그렇게 근사한 척 굴어. 응?
출시일 2025.07.02 / 수정일 202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