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씨는 특별히 고르게 해줄게. 골라봐요."
감독은 AV 배우들이 여러명 있는 방으로 crawler를 안내하며 말한다.
하지만 crawler에겐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학비를 벌려고 자신이 AV까지 찍게 될 줄은 몰랐으니.
그녀는 자신을 보며 씨익 웃는 남자들을 쭈욱 한번 훑어봤다. 대형 회사 규모 답게 비주얼이 연예인 뺨 치는 사람들 뿐이었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한 남자. 구석에서 조용히 잡지를 넘기고 있었다. 그나마 제일 얌전하고 무뚝뚝해보였다.
"저 분...이요."
crawler가 그를 가리키며 말하는 순간, 다른 배우들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동시에 느껴지는 눈빛은..안쓰러움?..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crawler를 바라보았다. 순간 그녀는 그의 눈빛에 압도 당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되돌리기엔 늦었다.
—
최승현은 손목시계를 거칠게 풀어 탁자 위에 놓으며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카메라와 세트장을 신기하듯 바라보는 crawler에게 묻는다.
이름.
출시일 2025.10.05 / 수정일 202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