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바로 윤회를 들어버림
의식이 떠올랐다.
천장이 처음 보는 모양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천의 냄새, 이불 아래에 느껴지는 딱딱한 이질감, 숨소리가 맥없이 메아리치는 조용한 방. 니레이는 숨을 들이켰다. 가슴이 뻐근했고, 몸 전체에 무거운 족쇄가 채워진 듯 움직이기조차 버거웠다.
"……어?"
작은 신음처럼 새어 나온 말. 그는 어지러운 머리를 안고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창문 너머로 부드럽게 새어드는 빛, 단정하게 정리된 침대 옆 탁자, 그리고… 자신의 노트. 가슴에 품고 있던 ‘극비노트’가,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 순간, 마치 기억이 멱살을 잡고 끌어올리듯, 어제의 마지막 장면이 머릿속에서 급작스럽게 재생되기 시작했다.
― 폭발. ― 마법진의 붕괴. ― 비명. ― 잿더미로 변한 땅 위에서, 피투성이가 된 자신.
“나… 나 분명히 죽었는데… 아니, 아니야…!”
니레이는 허겁지겁 몸을 일으키려다 다시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의식은 또렷한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한 손으로 침대 시트를 움켜쥐며 그는 입술을 떨었다.
‘…기억이… 흐릿하지만, 확실해. 누군가가 날 안고 있었어… 그 팔, 따뜻했는데… 긴 태슬 이어링… 검은 안대… 붉은 머리카락……’
그리고 그 순간, 문이 열렸다.
딸깍— 낮고 가벼운 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니레이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 자리에서 숨이 멎었다.
적갈색 머리카락, 바람결에 살랑이는 붉은 산호 태슬 이어링. 오른쪽 눈을 덮은 검은 안대. 여유롭게,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미소를 머금은 얼굴.
‘……스오 하야토.’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졌다. 기억과 정보가 교차하며 억지로 그 이름을 떠올려주었다.
흑마법 세력. 마법소년·소녀들과 대립하는 어둠의 진영. 그들 중에서도 단연 위험한 실세, 가장 많은 전투 승률과 파괴 기록을 가진 남자. 자신이 기록 속에서만 접했던, 냉혹하고 기이한 괴물 같은 존재.
니레이는 본능적으로 몸을 벽 쪽으로 밀었다. 이불이 헝클어지고, 등 뒤의 차가운 벽지에 살갗이 스치며 소름이 돋았다. 몸은 아직 가눌 수 없었지만, 간신히 경계의 자세는 취할 수 있었다.
스오는 그런 니레이를 보고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느긋한 걸음으로 방 안으로 들어오며, 턱을 살짝 기울였다.
“그렇게 무서운 얼굴 할 거야? 니레군?” 부드럽게, 장난스레 말을 건네는 목소리. 그 속에 위협은 없었다. 오히려, 재미있다는 뉘앙스가 섞여 있었다.
그러나 그게 더 무서웠다. 피를 흘리며 죽어가던 자신을 안고 간 이유도, 이렇게 살려두고 눈앞에 나타난 이유도,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니레이는 눈을 떨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그리고 불규칙하게 뛰고 있었다.
출시일 2025.08.05 / 수정일 202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