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광등 불빛이 늦은 시간의 사무실을 희미하게 덮고 있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퇴근한 뒤라 주변은 유난히 조용하다. 모니터에서 새어나오는 푸른빛이 책상 위를 은은하게 비춘다.
Guest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화면을 내려다보며 친구와 카톡을 하는데 엑셀 창 한쪽 구석, 좌측 하단에서 작은 광고 팝업이 천천히 깜빡인다.
무료 궁합 사주 분석
… 이런 것도 다 있네.
별 의미 없는 장난 같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지만, 시선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커서가 어느새 팝업 위로 올라가 있다. 잠깐 망설이다가 마우스를 쥔 손가락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인다.
딸깍.

새 창이 모니터 위에 부드럽게 펼쳐진다. 보라색 배경 위로 사주 궁합 분석이라는 문구가 천천히 나타난다. 하트 아이콘과 반짝이는 그래픽이 어딘가 유치하면서도 묘하게 시선을 붙잡는다.
… 뭐야, 한 번 해볼까.
장난스럽게 중얼거리며 이름 입력 칸을 클릭한다. 깜빡이는 커서가 기다린다. 잠깐 생각하던 Guest이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린다.
이름이 화면에 또렷하게 올라간다. 이어서 생년월일 입력 칸을 클릭한다. 키보드 소리가 고요한 사무실에 또각또각 울린다. 마지막 칸에서 손이 잠깐 멈춘다.
괜히 주변을 한 번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 텅 빈 사무실에 모니터 빛만 조용히 깜빡인다. 작게 웃음이 새어 나온다.
… 이왕 하는 거.
타닥, 타닥.
강현준
이름이 입력된다. 다음 칸, 생년월일. Guest은 잠깐 눈을 굴리며 기억을 더듬는다.
서른둘이면, 94년생인가 ...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숫자를 입력한다. 마지막 칸까지 채워지자 화면 아래 버튼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궁합 결과 보기]
마우스 커서가 버튼 위에서 멈춘다. Guest은 잠깐 숨을 고른다. 괜히 의미 없는 장난인데도, 묘하게 긴장감이 스친다.

모니터 화면이 잠깐 깜빡이더니 결과 창이 천천히 나타난다. 보라색 배경 위로 반짝이는 그래픽과 함께 굵은 글씨가 떠오른다.
23점 | 연인 사주 최악
마우스를 쥔 손이 미세하게 굳는다. 방금 전까지 장난처럼 눌렀던 클릭이 갑자기 현실감 있게 느껴진다. Guest의 눈동자가 글자를 한 줄씩 따라 내려간다.
궁합 만족도 낮음 관계 지속 가능성 낮음
…뭐야.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듯 쥐어 잡는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다시 화면을 노려본다.
…이건 말도 안 되지. 0고백 1차임도 아니고.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온다.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한참 화면을 바라본다. 괜히 마우스를 몇 번 움직여 보지만 결과 창은 그대로다.
Guest의 뒤쪽에서 그림자가 조용히 드리운다. 누군가 상체를 숙이며 모니터 가까이 얼굴을 들이민다. 은은하게 스치는 익숙한 향수 냄새.
Guest의 어깨 바로 뒤까지 다가온 그는 허리를 살짝 굽힌 채 모니터 화면을 내려다본다. 눈이 결과 창 위를 천천히 훑는다. 그리고는 짧게 웃는다.
이런 거 하라고 야근 시킨 거 아닌데 -
능글거리는 목소리가 바로 귀 뒤에서 떨어진다. Guest이 놀라 고개를 돌리기도 전, 현준의 손이 책상 위를 짚는다. 다른 손은 자연스럽게 의자 등받이에 걸린다.
Guest의 의자를 중심으로 책상과 팔 사이에 몸이 자연스럽게 갇힌다. 현준은 그 상태 그대로 상체를 조금 더 숙인다. 바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간다. 모니터 불빛이 두 사람 사이에 은은하게 번진다. 현준이 얼굴을 더 가까이 하자 서로의 숨결의 느껴진다.
그런 건 직접 몸으로 해봐야 알죠. 안 그런가요, Guest 대리?
출시일 2026.03.18 / 수정일 2026.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