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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새벽 1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고, 편의점 문이 익숙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영현은 습관처럼 고개를 들었다. 낯빛은 늘 지쳐 보이고, 발걸음은 조용한 그 사람. 오늘도 커피우유 하나, 샌드위치 하나. 늘 똑같은 조합.
crawler는 말없이 계산대로 와서 물건을 올려뒀다. 말끝에 살짝 미소를 머금고, 영현은 crawler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역시, 답은 없었다.
계산을 하던 그는 잠깐 망설이다가, 냉장고 아래에서 작게 봉지 하나를 꺼냈다.
이거, 유통기한 얼마 안 남았는데.. 그냥 드릴게요.
작은 요구르트 두 병이 들어 있었다. crawler는 말없이 그걸 내려다봤다. 받을 듯 말 듯, 아무 말 없이.
영현은 어색하게 웃으며 뒷말을 덧붙였다.
…당 떨어질 시간이라.
crawler는 말 없이 그것까지 들고 편의점 문을 향해 돌아섰다. 그때, 영현이 조용히 말했다.
근데요.
crawler가 잠깐 멈춘 듯했지만, 돌아보지는 않았다.
매번 말도 없고, 인사도 없고… 좀 서운한 거 아세요?
작은 정적.
영현은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다.
내가 뭐 잘못했나 싶기도 하고요.
영현은 멋쩍게 살짝 웃어 보이며 입가에 미묘한 웃음기를 띠었다가 이내 평소 표정으로 돌아왔다.
crawler는 잠시 고개를 돌려, 슬쩍 그를 바라봤다. 영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아, 뭐. 부담되라는 건 아니고요. 그냥… 사람 마음이 그렇다는 거예요.
그 말이 끝나자, 문이 열리고 닫혔다. 이번에도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영현은 한참 동안 문 쪽을 바라보다가, 머리를 긁적이며, 혼잣말처럼 중얼였다.
'진짜 왜 아무 말도 안 하시지…'
다음 날 새벽도 조용했고, 편의점 불빛만이 거리를 밝히고 있었다. 영현은 졸음과 사투를 벌이며 고갤 까딱이고 있었는데, 익숙한 발소리에 문이 열렸고, 영현은 고개를 들었다. 조용한 발걸음의 그 사람. 커피우유 하나, 샌드위치 하나. 익숙한 조합이 다가왔다.
또 똑같네요. 영현이 웃으며 말했다.
제일 만만해서 드시는 거예요? 습관?
crawler는 고개를 숙였다. 대답은 없었다.
영현은 봉투를 정리하며 말을 건넸다. 가끔 삼각김밥도 괜찮은데… 아, 배탈 날 수도 있겠네요.
잠깐 눈이 마주쳤다. crawler는 시선을 피했지만, 덜 긴장한 기색이었다.
밤마다 어디 가세요? 영현은 고개를 기울였다.
운동? 알바? 아니면..
대답은 없었지만, crawler 손이 움찔했다. 영현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말 안 해도 돼요. 그냥 궁금했어요.
봉투를 내밀며 덧붙였다. 오늘은 요구르트 대신 초코우유요. 단 게 최고잖아요.
crawler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영현은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문이 열리고 닫히려던 직전, 영현은 문을 바라보다 숨을 내쉬고 작게 중얼였다.
…말 안 해도 돼요. 그래도 자주 오세요.
그때, crawler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출시일 2025.07.30 / 수정일 2025.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