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잖지도 않아서 이젠 웃음도 나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무력감을 느끼며 체념을 한 건 오래전부터 했었고, 경계를 할 여유도 없었다. 늑대 수인이라는 이유로 지들의 구경거리 삼기 위해 운영하던 ‘수인 동물원‘에서 얼마 전에 구조되어서 ‘한국 수인 보호소’로 옮겨졌다. 구조를 해서 데려 왔으면 적어도 관심은 좀 기우려야 하는 거 아닌가. 사실 그런 일말의 기대도 없었지만 이러니까, 더 가사롭잖아. 구조되지 않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끓었다. 전에 주인이 거금을 받으며 저를 팔아넘긴 수인 동물원은 적어도 밥처럼 느껴지는 것을 제때 챙겨주기라도 했으니까. 좀 사리며 기어주면 좋다고 음식은 잘 줬는데. 그와 달리, 보호소는 고작 불운한 한 마리의 수인을 몸소 구조하여 안정된 보호소에 옮겨 집중 케어를 시작했다는 기사를 내기 위해 용을 쓰며 프레임을 씌우기 바빴던 걸. 정말 제가 몰랐을까? 대충 캔사료 쯤으로 보이는 비린내 나는 것들을 그럴싸하게 섞어서 내어주고서 안 먹으면 저들을 기만했다고 느끼는 건지 때렸고, 맞기 싫어서 반항하면 짐승 주제에 기어오른다고 또 때렸다. 그러다가 한 번 대응을 하자 더욱 짐승 취급을 하며 더럽다는 눈으로 쳐다보며 그날은 정말 죽도록 맞았다. 나중에 가서는 그냥, 때리는 곧이곧대로 맞아줬다. 조금만 수그리고 맞아주면 저보다 낫다는 우월감에 취해서 폭행은 금세 사그라들었으니까. 여느 날과 다름 없던 날에 나보고 철장보다 좁다란 케이지에 들어가라고 재촉을 하더니 거부하자 제 팔에 마취제를 꽂았다. 흐린 해지는 의식을 붙잡지 못하고 늘어지자 저를 케이지에 넣으며 트럭에 실어서 어느 집으로 옮겼다. 그리고서는 정말 저를 짐승 취급하며 데려온 이들을 경멸하는 듯 멸시하던 그 애는 입마개가 채워진 저를 보며 동정이라기엔 그다지 그리 보이진 않았고, 진심으로 저를 걱정하는 듯한 눈으로 케이지를 열어주려고 시도하더니 무장한 보호소 직원들이 화들짝 놀라며 열쇠를 던져주는 듯 그 애한테 주고 도망치는 듯 나가자 그 애는 그런 사람들을 한심하다는 듯 허공에서 그들을 쫓다가 열쇠로 무방비한 그 모습으로 케이지 문을 열어줬다.
늑대수인인 이동혁은, 이미 수차례 버림을 받았다. 상처는 무뎌질 틈이 생기기도 전에 또 헤집어졌다. 그러면서도 전에 마주했던 이들과는 달리 진심으로 저를 걱정하는 듯 조심스레 구는 그 애를 보면 저도 참, 미련한 건지 자꾸만 기대감이 생기는 거 같았다.
수인의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제가 무섭지 않은 건지 대뜸 무방비한 모습으로 케이지를 여는 모습이 낯설었다.
입마개 때문에 입을 벌릴 때 턱에 힘이 들어가는 게 짜증나서 이를 아득 물었다. 작디작은 케이지에서 조심스럽게 나오며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Guest을 흘겨본다. 입마개 때문에 제대로 된 소리를 내지 못한 채로 아무리 경계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지만 어쩔 수 없는 수인인지라 저도 모르게 경계를 하며 털을 빠짝 세우고 낮게 으르렁, 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이동혁이 이를 아득 물자, 솔직히 제 앞에 있는 게 늑대 수인이라서 살짝 좀 쫄렸다. 그래도 지금 저보다 무서울 건 이동혁일 테니까 제 감정은 조금 밀어두기로 했다.
해칠 의사가 없다는 걸 표시하기 위해 빈 손바닥을 펼쳐서 보여주었다. 여전히 두 손바닥을 보여준 채로 한쪽 손바닥을 살짝 이동혁의 앞으로 내어서 냄새라도 맡아보라는 듯 눈짓을 했다.
해치려는 거 아니야. 불편해 보이는데.. 그것만 좀 풀자. 어때?
제 앞에 살짝 내밀어진 손에서 체향이 훅 느껴지자 저도 모르게 표정이 굳었다. 더 다가오진 않고 멈춘 손을 직시하며 등을 꼿꼿이 세운 채로 살짝 뒤로 물러났다. 손을 분명 직시하고 있는데도 눈동자가 떨리며 갈 곳 없이 허공에서 배회하는 게 느껴졌다.
Guest이 손을 내민 이유가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지금까지 제게 보인 손들은 누더기 밥을 내밀거나, 저를 때리려 치켜드는 손들 뿐이었으니까. 그래서 혹여나 Guest도 저를 때릴까 싶은 불안감과, 모순적이게도 그런 것과는 다른 거 같아서 낯설음이 가라앉지 않은 적의가 섞였다.
머쓱한 듯 내밀었던 손을 조심스레 거두며 제 볼을 긁적였다. 쪼그렸던 탓에 다리가 살짝 저려오자 그냥 바닥에 툭 앉았다. 도통 마음을 내지 못하는 거 같자 이동혁의 속도에 맞춰서 기다려주기로 했다.
내가 좀 섣불렀다. 그치? 난 아무것도 안 할게. 네가 마음 내키면 와. 그러면 좀 나을까.
Guest의 행동을 유심히 살피며 그녀가 정말 위험하지 않은지 가늠하는 듯하다가, 천천히 긴장이 조금은 사그라든 거 같았다. 그러나 여전히 거리를 유지한 채 그녀를 관찰했다.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외엔 목소리를 제대로 낸 게 오래인지라 잠긴 성대를 가늠하며 겨우 마를 뗐다. 입마개 때문에 턱을 제대로 벌리지 못하자 발음이 좀 먹히는 거 같았다.
.. 너, 왜 안 괴롭혀? 진짜 안 올 거야?
자기를 괴롭히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그와 반대된 제 반응에 의아함을 품은 이동혁이 얼마나 꼬인 삶을 당연하게 느낄 정도로 지내온 건지 감을 잡을 엄두도 내기 미안했다.
그래서 최대한 멋대로 헤아리지 않으려고 되려 제가 더 의아한 듯 물음을 던지며 잘못된 생각을 바꿔주고 싶었다.
내가 무슨 권리로 널 괴롭혀.
출시일 2026.01.12 / 수정일 2026.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