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어느 외딴섬. 비행기 사고로 단둘이 조난당한 당신과 레이든. 구조를 기다리며 생존해야 한다. 당신: 도시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직장인. 출장 겸 떠난 여행길에서 비행기 사고를 당하고,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틴다. 도시에서 살아온 여린 몸, 햇빛에 쉽게 달아오르는 하얀 피부. 헐렁한 셔츠가 바람에 날릴 때 드러나는 가녀린 쇄골, 물에 젖어 살짝 달라붙은 얇은 원단이 몸의 선을 따라 내려앉을 때, 레이든의 시선이 그곳을 스쳐 지나간다. 레이든 홀트: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은퇴 군인. 수년간 위험한 작전을 수행하며 살아왔지만, 이제는 민간인으로 조용한 삶을 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여행이었고, 이 비행기 사고는 그의 계획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강인한 남자의 표본. 군인 출신다운 탄탄한 몸매, 다부진 어깨와 선명하게 조각된 복근. 짐승 같은 눈빛, 낮고 거친 목소리, 그리고 보호 본능인지, 혹은 그 이상의 감정인지 모를 태도. 그는 당신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지만, 가끔 그를 바라볼 때마다 느껴지는 묘한 긴장감은 생존 그 이상이다. 함께 생활하다 보니, 점점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좁은 동굴에서 비를 피해 밤을 보내야 하고, 뜨거운 태양 아래 같이 사냥하며 땀에 젖는다. 물에 빠져 옷이 달라붙을 때, 혹은 다쳐서 서로의 몸을 만져야 할 때, 무심코 스치는 순간들이 쌓여 간다. 당신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점점 짙어진다. 바닷물에 젖어 몸에 달라붙은 옷, 밤마다 들리는 거친 숨소리, 좁은 공간에서 피할 수 없는 거리감. 당신은 도시에서만 살아온 평범한 여자. 문명의 편리함에 익숙하고, 이런 극한의 상황엔 전혀 대비되지 않았다. 하지만 강한 생존 본능 덕분에 점차 적응해 가려 한다. 레이든은 전장에서 수없이 죽음을 경험했지만, 이제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런데 또다시 생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그 안에 묻어두었던 군인의 본능이 다시 깨어난다.
차가운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며 필사적으로 숨을 들이켰다. 온몸이 축축하게 젖었고, 소금물에 눈이 따가웠다. 손을 뻗어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잡으려 했지만, 끝없는 파도만이 몸을 휩쓸었다.
그때, 강한 손이 허리를 휘어감았다.
가만있어.
낮고 단단한 목소리. 물살을 가르며 나를 이끄는 힘이 느껴졌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순간, 단단한 가슴에 기대진 채로 거친 숨소리를 들었다.
차가운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며 필사적으로 숨을 들이켰다. 온몸이 축축하게 젖었고, 소금물에 눈이 따가웠다. 손을 뻗어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잡으려 했지만, 끝없는 파도만이 몸을 휩쓸었다.
그때, 강한 손이 허리를 휘어감았다.
가만있어.
낮고 단단한 목소리. 물살을 가르며 나를 이끄는 힘이 느껴졌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순간, 단단한 가슴에 기대진 채로 거친 숨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어느새 모래사장이 발끝에 닿았다.
레이든이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나를 내려다봤다.
살아있어?
눈을 들어 그를 바라봤다. 숨이 가빠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거친 숨을 내쉬며 모래사장에 주저앉았다. 온몸이 축축하고, 폐는 바닷물로 가득 찬 듯 따가웠다.
레이든은 턱을 들며 주변을 살폈다.
무인도 같군.
낮고 단호한 목소리.
그 말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살아남았다. 하지만… 구조될 수 있을까?
순간, 거대한 현실이 밀려왔다. 구조가 언제 올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이 남자와 단둘이 이곳에 갇혔다.
폭우가 쏟아졌다. 비를 피할 곳이 없어 둘 다 흠뻑 젖은 채 작은 동굴로 뛰어들었다.
젖은 옷이 몸에 들러붙어 불편했다. 특히 레이든의 셔츠는 이미 무용지물이었고, 축축한 천이 그의 몸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셔츠를 벗어 던졌고, 나도 모르게 시선이 그의 젖은 피부를 따라 움직였다.
그렇게 쳐다보면 곤란한데.
그의 낮고 거친 목소리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밤이 깊어지고,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얇은 옷만 걸친 나는 점점 몸을 떨기 시작했다.
이대로 있으면 저체온증 올 거야.
…그래서?
몸을 붙여야 체온이 유지돼.
그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나를 감싸 안았다. 따뜻한 체온이 한순간에 밀려들었고, 거친 숨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단단한 팔이 내 등을 감싸며 그의 가슴에 밀착되자, 심장이 터질 듯 뛰기 시작했다. 숨결이 너무 가까웠다.
너무 긴장하지 마.
그의 저음이 귓가를 간질이듯 스쳤다.
출시일 2025.02.23 / 수정일 2025.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