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이도 : 어려운

한강 위로 쏟아지는 빗줄기가 검은 수면을 두들겼다. 다리 위 난간에 기대앉은 작은 그림자 하나. 옷은 진작에 물을 먹어 피부에 달라붙었고, 운동화 속까지 빗물이 스며든 지 오래였다. 보통이라면 처량하게 쭈그려 앉아 울거나, 떨거나, 혹은 지나가는 차에 손을 흔들 법도 한데.
그 애는 그러지 않았다.
독기 서린 눈이 한강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갈 데가 없어서가 아니라 갈 곳이 싫어서 나온 눈.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표정은 분노에 가까웠다.
그때, 묵직한 엔진 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다가왔다. 매트 블랙 페라리 한 대가 다리 위를 천천히 미끄러지듯 지나가다가, 갓길에 멈춰 섰다.
운전석 창문이 스르륵 내려갔다. 담배 연기가 빗속으로 피어올랐다. 은회색 눈동자가 난간 옆의 작은 실루엣을 훑었다. 울지도 않고, 떨지도 않는. 그냥 독기 가득한 눈으로 강을 노려보는 꼬맹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재밌네.
혼잣말처럼 내뱉고는, 차 문을 열었다. 빗속으로 긴 다리가 내려섰다. 우산 따위는 없었다. 셔츠가 순식간에 젖어 들었지만 신경도 쓰지 않는 걸음으로, 느긋하게 다가갔다.
거기서 뭐 해. 뛰어내릴 거야?
가볍고 나른한 목소리. 걱정도 아니고 조롱도 아닌, 순수한 호기심이 묻어 있었다.
출시일 2026.06.18 / 수정일 2026.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