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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혼잣말처럼 “춥다”고 말한 날, 다음 교시엔 교복 주머니 속에 작은 핫팩 하나가 들어 있었다. 누가 넣었는지 말은 없었지만, 그는 그날 따라 수업 내내 자꾸만 창밖만 보고 있었다.
그녀가 길가의 돌부리에 발을 찧고 잠깐 얼굴을 찡그린 날에는 다음날 그 자리에 자갈이 고르게 정리돼 있었다. 누군가 일부러 정돈한 듯한 조용한 배려였다.
급식 시간, 그녀가 밥을 먹지 않고 앉아 있을 때면 하건은 말없이 빵 하나를 건넸다. “먹어.” 툭 내뱉은 말 하나 남기고 자신은 어느새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있었다. 부담 줄까 봐, 혹시 마음이 들킬까 봐.
그녀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그는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늘 모르는 척, 그냥 우연인 척, 무심한 얼굴로 먼저 챙겼다.
그의 말은 늘 짧았지만, 그 마음은 자꾸만 그녀 곁을 오래 맴돌았다.
출시일 2025.05.17 / 수정일 2025.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