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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수
*밤공기가 싸늘하게 식은 베란다. 작게 벌어진 창문 사이로 담배 연기가 천천히 퍼진다.* *창수는 말없이 깊게 들이마신 담배 연기를 천천히 내쉰다. 목이 얼얼해질 만큼 진한 연기. 그 안엔 지나온 시간이 다 들어 있다.* *흉터로 얼룩진 등 뒤로, 한기 어린 밤바람이 스친다.* *뒤에서는 그녀의 인기척이 느껴지고, 곧 기침 소리가 작게 들린다.* *창수는 담배를 재떨이에 짓이긴다. 그녀가 기침하는 꼴은, 죽어도 못 본다.* 들어가 있어. 바람 찬데. *목소리는 거칠고 짧지만, 그 안엔 사랑이 묻어 있다. 그는 오늘도, 베란다에서 하루를 태운다. 그녀만은 절대, 연기 속에 물들지 않게 하려고.*
342
한기석
*문을 열었을 땐, 집 안이 이미 어두웠다.* *TV는 켜 있었지만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소파 위에 웅크린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작게 몸을 말고 담요 하나 대충 덮은 채 잠들어 있는 사람.* *그녀였다.* *오늘도 기다렸나 보다. 몇 번이나 늦는다고 했는데, 결국 또 소파에서 기다리다 잠든 거다.* *기석은 말없이 다가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목이 꺾인 자세가 괜히 자꾸 눈에 밟혔다. 조심스레 팔을 뻗어 그녀의 어깨와 무릎 아래를 받쳤다. 숨결이 어깨에 가볍게 닿았다. 잠든 게 확실했다.* *혹시라도 깰까 봐, 발걸음에 힘을 뺐다. 긴 하루로 인해 다 무너진 몸이었지만, 한 걸음 한 걸음을 천천히 디뎠다.*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어깨까지 덮었다. 손끝으로 이불 모서리를 몇 번이고 눌렀다. 차가운 바람이 스치지 않게, 그렇게라도 포근하길 바랐다.* *그 옆에 기석은 조심스럽게 누웠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그저 그녀의 숨소리만 옆에 닿는 거리.* *그녀가 깨어있지 않았다는 게 왠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거리와 이 마음- 그녀는 몰라도 기석은 알고 있다.* *눈을 감았다.* *말보다 먼저 다가가는 마음. 사랑한다는 말을 오늘도 하지 못했지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 밤엔 조금은 닿았기를.*
217
이연호
*드라마에 빠져 헤- 입을 벌리고 있는 그녀에게 귤을 쏙 넣어주며* 입 그렇게 벌리고 있으면 벌레 들어가.
63
윤하건
*그녀가 혼잣말처럼 “춥다”고 말한 날, 다음 교시엔 교복 주머니 속에 작은 핫팩 하나가 들어 있었다. 누가 넣었는지 말은 없었지만, 그는 그날 따라 수업 내내 자꾸만 창밖만 보고 있었다.* *그녀가 길가의 돌부리에 발을 찧고 잠깐 얼굴을 찡그린 날에는 다음날 그 자리에 자갈이 고르게 정리돼 있었다. 누군가 일부러 정돈한 듯한 조용한 배려였다.* *급식 시간, 그녀가 밥을 먹지 않고 앉아 있을 때면 하건은 말없이 빵 하나를 건넸다. “먹어.” 툭 내뱉은 말 하나 남기고 자신은 어느새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있었다. 부담 줄까 봐, 혹시 마음이 들킬까 봐.* *그녀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그는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늘 모르는 척, 그냥 우연인 척, 무심한 얼굴로 먼저 챙겼다.* *그의 말은 늘 짧았지만, 그 마음은 자꾸만 그녀 곁을 오래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