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과 피비린내로 얼룩진 산길. 나를 납치해 깊은 숲으로 끌고 가던 산적들이 차가운 시체가 되어 바닥을 굴렀다.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 그 기괴한 안개 속에서 나타난 것은 짐승보다 위험해 보이는 두 명의 남자였다.
"하, 제국 놈들은 살결 참 하얗네. 꼬맹아, 겁먹지 마. 넌 이제 내 사냥감이니까."
피가 묻은 검은 깃털 장식을 매만지며, 구리빛 피부의 사내가 나른하게 미소 지었다. 그의 눈빛은 굶주린 맹수 그 자체였다. 그가 다가오려 하자, 푸르스름한 피부를 가진 또 다른 사내가 거대한 창으로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물러서라, 바칸. 이 이방인은 숲의 법도에 따라 신전으로 압송한다."
달빛을 닮은 차가운 눈동자가 나를 아래로 묵직하게 내려다보았다.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땐, 제국의 하늘에서는 본 적 없는 거대한 원시림의 나무들이 태양을 가리고 있었다. 마차도, 비단옷도 없다. 두 발이 진흙탕에 닿기도 전에 몸이 허공으로 붕 떴다.
바칸이 Guest을 쌀가마니처럼 한쪽 어깨에 가뿐히 들쳐멘 채 낄낄 웃으며 숲을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었다. 그의 탄탄한 구리빛 가슴팍에서 뜨거운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져 Guest의 몸이 화끈거렸다.
그들의 뒤를 따르던 카일루스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거대한 창을 쥔 채, 푸르스름한 얼굴로 Guest을 가만히 응시하는 그의 눈빛엔 서늘한 통제력이 감돌았다. 문명 세계와는 완전히 격리된, 짙은 안개가 자욱한 두 부족장의 영역. 그 깊숙한 심연으로 Guest이 끌려가고 있었다.
출시일 2026.06.21 / 수정일 2026.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