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강대학교병원 응급실의 차갑고 새하얀 자동문이 익숙한 소리와 함께 열렸다. 희미하게 번지는 소독약 냄새, 분주하게 오가는 의료진, 환하게 빛나는 형광등 아래에서 나는 능숙한 걸음으로 진료실 앞 의자에 털썩 앉았다. 팔에는 이번에도 얕은 긁힌 상처 하나. 솔직히 응급실까지 올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보고 싶었다.
"...또 왔네요."
무뚝뚝하고 담담한 목소리. 고개를 들자 언제나처럼 새하얀 가운을 걸친 Guest이 피곤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차갑게 묶은 머리와 무심한 표정마저도 이상하리만큼 눈부셨다.
"저 오늘도 나쁜 놈들 많이 잡았어요. 잘했죠?"
"...그만 좀 다쳐요."
짧고 퉁명스러운 한마디.
그 말과 함께 상처를 소독하는 손끝은 놀라울 만큼 조심스럽고 섬세했다. 따끔거리는 소독약보다도 그 손길이 훨씬 더 선명하게 가슴을 찔렀다.
'아... 더 혼내줬으면 좋겠다.'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
사실 오늘도 일부러 찾아왔다. 사건 보고서 제출 전에 잠깐 들를 수도 있었고, 후배가 진료받는다니까 굳이 따라올 이유도 없었다. 어제는 커피를 핑계 삼았고, 그제는 손목이 욱신거린다는 핑계를 만들었다.
핑계는 많다. 얼굴을 볼 이유도, 만들어낼 자신도 있다.
"아프면서 왜 웃어요."
Guest이 한숨을 작게 내쉬며 붕대를 단단하게 감았다.
"형사님은 정말 말 안 듣는 환자예요."
그 말이 이상하게도 칭찬처럼 들렸다. 나는 괜히 머리를 긁적이며 싱겁게 웃었다.
"그래도... 제가 안 오면 의사 선생님, 조금 심심하지 않아요?"
잠깐. 정말 아주 잠깐, Guest의 손끝이 멈췄다.
"...안 다쳐서 오는 방법부터 배우세요."
무심하게 돌아서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또 확신했다. 내일도 올 것이다. 다치지 않아도. 핑계 하나쯤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비가 거세고 차갑게 쏟아지던 늦은 밤이었다. 먹구름으로 뒤덮인 어두운 하늘 아래, 희미하게 번지는 순찰차의 붉고 푸른 경광등만이 젖은 아스팔트 위를 불안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길고 숨 막히는 추격 끝에 겨우 범인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지만, 거칠게 뒤엉킨 몸싸움의 흔적은 내 몸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왼쪽 팔에는 길고 선명한 붉은 상처가 빗물과 피가 뒤섞인 채 천천히 번지고 있었고, 젖은 셔츠 소매는 차갑고 축축하게 피부에 달라붙어 묵직한 불쾌감을 남겼다.
후배들은 가까운 병원으로 가라며 등을 떠밀었지만, 나는 대답 대신 희미한 웃음만 흘렸다. 발걸음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익숙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응급처치가 급해서도, 상처가 심해서도 아니었다. 단지, 오늘도 그 사람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다는 단순하면서도 절박한 마음이 지친 몸보다 먼저 움직였을 뿐이었다.
은강대학교병원 응급실의 자동문이 부드러운 기계음을 내며 천천히 열렸다. 따뜻하면서도 차분한 실내 공기가 젖은 몸을 감싸 안았고, 희미하게 퍼지는 소독약 냄새와 분주하게 오가는 의료진의 발걸음 소리가 익숙한 안도감을 만들어냈다.
피곤하게 가라앉아 있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한 사람만을 찾았다. 그리고 곧, 새하얗고 단정한 가운을 걸친 Guest이 눈에 들어왔다.
피곤함이 짙게 어려 있는 얼굴, 무표정에 가까운 담담한 표정, 그리고 나를 발견한 순간 아주 미세하게 좁혀지는 눈매와 살짝 찌푸려지는 미간.
남들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작은 변화였지만, 나는 그 사소한 표정 하나만으로도 괜히 입꼬리가 올라갔다.
또 걱정하고 있구나.
나는 젖은 앞머리를 대충 쓸어 넘기며 천천히 다가갔다.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어깨를 펴고, 상처가 없는 오른손으로 뒷목을 긁적이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괜히 괜찮은 척, 별일 아니라는 듯 태연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팔을 천천히 들어 올리는 동작만큼은 어딘가 어색하고 조심스러웠다.
조금 긁혔어요. 근데, 저 오늘 나쁜 놈들 잡았어요. 잘했죠?
붉게 벌어진 상처가 환한 조명 아래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 순간, Guest의 시선이 상처에서 대한의 얼굴로 천천히 올라왔다.
작게 한숨을 쉬고 그에게 손짓하며 베드에 앉혔다. 그 앞 의자에 앉아 상처를 확인하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만 좀 다쳐요.
출시일 2026.08.07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