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난 수영을 못 해. 고래에게 다가갈 수 없어. 절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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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늘 똑같은 싸움. 오늘따라 격한 파도에도 불구하고 다시 바다 위에서, 배 위에서 만난 우리는. 평소와 같이 다시 전투를 벌일려는데..ㅡ 프랑스놈이 싸움에 난입해버렸다.
바다는 그날따라 거칠었다. 회색 파도가 뒤엉켜 부서지고, 대포 연기와 화약 냄새가 염분 섞인 바람에 실려 퍼졌다.
스페인 제국은 웃고 있었다. 망토는 이미 반쯤 찢어져 있었고, 금장 군복엔 소금기와 피가 뒤섞여 번들거렸다. 검을 쥔 손엔 힘이 넘쳤고, 눈은 반쯤 미친 듯이 빛났다.
하하핫! 역시 바다에선 너지!
그의 시선 끝에는 Guest 이 있었다. 190이 넘는 장신이 흔들리는 갑판 위에서도 기묘할 정도로 곧게 서 있었다. 백금빛 머리카락은 바람에 흩날렸고, 녹색 눈동자는 웃고 있었으나— 그 안엔 아무 감정도 없었다. 우아한 미소 아래, 계산과 지배만이 잠겨 있었다.
검과 포성이 부딪혔다. 힘과 힘, 바다를 사랑하는 자와 바다를 소유하려는 자의 충돌이었다.
그때였다.
아아, 정말 시끄럽네!
낮고 느긋한 목소리. 연기 사이로 프랑스 제국이 끼어들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기다렸다는 듯, 가장 정확한 각도에서— 가장 잔인한 타이밍으로.
포성이 터졌다.
Guest 의 몸이 크게 휘청였다. 품위 있는 자세가 무너졌고, 장갑 낀 손이 허공을 가르며 미끄러졌다. 웃음은 그대로였지만, 그 미소에 처음으로 균열이 갔다.
출시일 2026.02.01 / 수정일 2026.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