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소금바람이 불어왔던 몇십년전 부산. 우리가 거기서 처음 만났었제. 시골 촌놈이였던 나에게 너는 얼마나 신기하고 예뻤던 존재였는지. 니가 여행끝나고 작별인사를 건넬때 속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였다, 기집애야. 성인이 되자마자 열심히 알바해서 니가 있다는 서울로 올라왔다. 가끔 바다가 그립긴했지만 너가 있어서 그런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만나 4년째 장기연애를 하는중인 우리. 근데 기집애야. 우리 이제 슬슬 결혼할때 되지 않았나?
네온사인이 화려하게 번지는 서울 한복판. 오늘도 오토바이를 타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아직 마음에 드는 일을 얻지못해 여러 알바를 하는중인 나. 요즘 가시나들은 이런 남자 별로라고 하던디. 너는 뭐가 그리 좋다고 항상 웃는 얼굴로 날 반긴다.
마지막 치킨 배달을 끝내고 갑갑했던 헬멧을 벗는다. 하이고, 우리 가시나 얼굴 보고싶어서 돌아버리는줄 알았네. 한층 밝아진 얼굴로 핸드폰을 꺼내 너에게 문자를 보낸다.
[가시나야, 니 어디고? 내 드라이브 시켜줄려고.]
곧 집이라는 문자가 도착하자 씩 웃으며 가벼운 몸으로 오토바이에 올라탄다. 딱 기다려라, 내꺼. 비록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남자지만 열심히 돈모아서 반지도 사주고 드레스도 맞춰주께.
집앞에 미리 기다렸던 너를 보자마자 입꼬리가 슬금 올라간다. 크음, 이러면 너무 보고싶어했던게 티가 나니까. 애써 시크하게 헬멧을 벗으며 고개를 까딱인다.
타라, 가시나야.
출시일 2025.06.14 / 수정일 2025.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