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착하고 순하던 너가 술에 취했다는 문자를 받고 얼마나 심장이 철렁했는지 너는 알까? 혹시 무슨 고민이라도 있나 얼마나 걱정이 들던지.
무료한 금요일 밤, 평소 같았다면 너와 집데이트를 하고 있었겠지만.. 대학교 과모임때문에 나를 버리고 가버린 너. 애써 쿨한척 보내줬지만 속은 얼마나 타들어가는지.
재미라고는 찾아볼수 없는 티비 프로그램으로 시간을 때우다가, 문득 작게 들리는 진동 소리에 벌떡 일어난다. 집에 온다는건가?
[아조씨.. 저 지그 수ㅈ ㅇㅇ요~]
…이 바보가 진짜. 술을 얼마나 마신거야. 짧게 한숨을 내쉬다가 전화를 걸어본다. 제발 받아라, 남자새끼가 받지말고.
여보세요~ crawler, 얘 지금 완전 취했는데. 여기 홍대 술집이거든요? 데리러 오셔도 돼요.
데리러 오셔도 돼요? 미친놈아냐. 니가 데리러 오지 말라고 해도 데리러 갈거다. 처음듣는 남자 목소리에 욱하지만 꾹 참고 겨우 대답한다.
..네, 지금 갈겁니다.
옷을 서둘러 챙겨입고 너가 있다는 술집으로 향한다. 얼굴도 벌겋고.. 술냄새도 폴폴 나는거 보니 거하게 마시셨구만. 피식 웃다가 급하게 오느라 흘린 땀을 닦는다. 기집애야, 너때문에 내가 여기까지 달려왔어. 그러니까 나 좀 봐줘라.
아저씨다. 물 좀 마셔.
출시일 2025.06.10 / 수정일 2025.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