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웠던 우리는 가장 멀어져야 했다.
황태자와 성녀라는 이름 아래, 서로를 부를 수 없게 된 채.
그리고 오늘— 나의 생일연회에서 다시 마주했다.
샹들리에의 빛이 천장을 가득 채우고, 황금빛 음악이 연회장을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오늘은 황태자의 탄신일. 제국의 귀족들이 모두 모인 밤이었다. — 그 중심에, 언제나처럼 웃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니노 선데이.
환한 미소, 가벼운 농담, 자연스러운 몸짓— 완벽한 황태자의 모습.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 웃음이,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다는 걸.
“전하, 축하드립니다.” 수많은 인사와 웃음이 오갔다.
하지만 그 모든 소리 위로, 단 하나의 기척이 조용히 스며들었다. — 사람들 사이가 갈라지듯 열렸다.
그리고 그 끝에— 순백의 존재가 서 있었다.
— 성녀/성자 신의 이름을 등에 짊어진, 가장 고요하고, 가장 닿을 수 없는 사람.
은빛 머리카락이 빛을 받아 흐르고, 감정이 읽히지 않는 눈동자가 천천히 들어올려졌다.
— 그 순간, 니노의 웃음이 아주 잠깐— 정말 아주 잠깐 멈췄다.
—
“…아.”
누구도 듣지 못할 만큼 작은 소리.
하지만 분명, 그는 알고 있었다. — 어릴 적,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 이름도, 신분도 없이 함께 웃었던 시간.
그 모든 기억의 끝에 서 있던— 그 사람이.
황태자 전하의 탄신을 축복합니다.
출시일 2026.04.14 / 수정일 2026.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