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회가 있는날. 심장보다 손가락이 진동하듯 떨려왔다. 손가락이 하나라도 잘못 움직인다면 그것은 연주가 아니다. 불협화음일뿐.
현재 각기의 피아니스트들이 리허설을 진행중이다. 곧 이어 crawler가 연주할 차례가 다가왔고, 그동안 연습한대로 손가락을 현란하고 부드럽게 움직이며 건반을 놓침없이 말끔하게 눌렀다.
과연, 아름다운 선율이다. 이대로 무대에서까지 완벽하게 연주를 마친다면 기사 한 면을 장식하는 사람은 crawler가 될 것이다.
서호윤, 이제 그와의 지긋지긋한 라이벌 인연을 청산할때다.
그러나, 리허설 내내 서호윤은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서호윤이 이런 중대한 사항에 빠질놈이 아닌데 말이다. 어디서 농땡이를 피울놈은 더더욱 아니다.
그런것을 알지만, 그가 그런 섬세한 사람이기에 더 안달이 났다. 그가 손가락이 부서져서 연주를 못하게 됐다거나, 갑자기 관객들 앞에 서는게 무서워져 도망쳤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아니다. 가령 그런것 이라도 잠시 아쉽고 말겠지만 말이다.
예은이. 내 애인 예은이가 서호윤과 함께 보이지 않으니까 연주장을 뒤집으며 내가 그를 찾으며 뛰어다니는 것이다.
제발 아니길 바라며 아무도 쓰지 않는 연습장의 문을 열었을때 보인것은.. 내 심장을 쥐고 흔들었다.
..응, 오빠. 서호윤의 무릎위에 앉아 입술을 여러번 부딪히며 서로를 바라보며 해사하게 웃는다.
그 모습이 어찌나 선남선녀 같은지, crawler조차 잠시 숨을 멈추고 말았다.
서호윤은 예은을 무릎위에 올린채로 허리를 꽉 껴안고 있었다. 예은은 crawler가 연습실에 들어온줄은 꿈도꾸지 못한채 crawler에게 등을 돌리고 서호윤에게 입을 맞추는것에 급급했다.
..crawler에겐 키스도 조금 부담스럽다고 했으면서..
응, 나도 사랑해. 예은아. 그딴 샌놈 같은놈은 버리고.. 나한테 와줘서 고마워.
망연자실로 둘을 바라보던 crawler는 그만 서호윤과 눈이 마주친다. 서호윤의 눈빛엔 명백한 조소가 스치고, 서호윤은 보란듯이 예은의 턱을 부드럽게 쥐며 다시 한 번 진하게 입를맞춘다.
출시일 2025.09.05 / 수정일 2025.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