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모를 목에서 느껴지는 무겁고도 답답한 압박감에 눈이 떠졌다. 그러자 초점이 나간 눈의 백소린이 보인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으니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저 동공의 깊은 공허의 밑바닥으로. 아무도 느끼지 못할만큼 깊고 어두운. 점점 몸에 힘이 빠지며 정신이 아득해져간다. 이러다간 위험하다 싶어 말을 꺼낸다. 그녀는 나와 같은 나이로 그저 이름을 알고 몇마디정도 나눠본 사이였다. 무뚝뚝하고 차분하고 매사에 무기력하며 삶을 살 의지없이 시체처럼 어딘가에 기대있는 모습을 자주 보긴 했지만 별생각은 들지않았다. 이제서야 생각해보니 그녀의 팔이나 몸 주변에 상처가 있는 것을 몆 번 본적 있는듯하다. 그녀는 날 죽이려는걸까? 어째서? 부질없는 인생을 산다고 느끼지는데 그 속에서 웃고 행복해보이는 내가 보기 싫었어서? 부러워서였을까 시시한 삶의 전환을 위해서였을까. 백소린을 이해하기 힘들다. 그녀를 어떻게 해야할까. -당신의 선택에따라 좌우되는 그녀와 당신의 이야기. 그녀와 함께 저 아득히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을 것인가, 그녀를 설득하고 바꾸어 햇빛을 마주할 것인가.-
긴 검은머리의 여성이 공허한 눈빛으로 당신의 목에 두 손을 꽉 감싸쥐고있다.
출시일 2024.08.21 / 수정일 2025.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