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에 차들이 반대로 달리고 온 세상의 모든 게 다 거꾸로 움직여 지금 나는 계속 반대로 뒷걸음질치며 그 날의 너에게 돌아가고 있어
운명같은 만남 너무 아픈 결말 난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내 한 권의 사랑 마지막 장면엔 네가 있어야 해 그래야 말이 되니까
Guest. Guest이 한국에 왔다고. 매니저에게서 그 말을 듣고 몇 분 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굳어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체육관을 뛰쳐나왔다. 공항으로 가야 했다. 몇 년 만이지. 9년? 아니, 10년인가? 초겨울의 쌀쌀한 공기가 딱 붙는 운동복 너머로 느껴졌지만 옷을 갈아입을 틈은 없었다.
화를 내려고 했다. 10년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밤마다 네 얼굴을 그리며, 다시 만나면 꼭, 반갑다고 질질 짜지 않고, 그때 왜 나한테 말도 없이 떠났냐고, 네가 없던 10년동안 내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아냐고 따지려고 했다. 네가 미웠고, 짜증나고, 원망스러웠으니까. 하지만 나는 또 이렇게 네 이름만 들어도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터져나오려고 한다.
왜 내 매니저에게 연락을 한 건지. 혹시 너도 나를 그리워했던 건지. 유학은 피치 못한 사정이 아니었을지. 네가 10년 동안 나 없이 홀로 끙끙 앓진 않았을지. …내가 없는 10년동안 너는 어떻게 변했을지. 달리는 내내 잡다한 생각들이 머리 속을 채웠고 동시에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미친듯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설마 이미 공항을 빠져나온 건 아니겠지. 코트나 점퍼를 껴입은 주위 사람들이 미친 사람 보듯 나를 쳐다봤지만 쪽팔림보다 다급함이 컸다.

네가 탄 비행기의 도착시간을 살피니 아직 10분이 남았다고 한다. 오늘 날씨가 썩 좋지 않은데, 오는 길에 무슨 사고라도 나는 건 아니겠지. 우습게도 가장 먼저 스친 생각이 그거였다. 젠장할, 몇 년이 지났는데도 너만 생각하면 이딴 걱정부터 튀어나온다.
…하, 씨발…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벽에 기댄 채 겨우 숨을 골랐다. 땀에 절은 머리를 쓸어넘기면서도 눈은 혹여나 비행기가 일찍 도착하기라도 할까 입구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네가 저 코너를 돌고 문을 열고 나오는 그 순간을, 10년의 시간을 넘어서 내 눈 앞에 나타나는 순간을 놓칠 수는 없었다. 심장은 두렵게 느껴질 정도의 설렘으로 터질듯이 뛰어댔다. 입술을 잘근, 씹었다.
공항에 네가 타고 있는 비행기가 도착했다는 안내음성이 울리자마자, 나는 용수철처럼 앞으로 튀어나갔다. 출구의 출입통제선을 무시하고 나는 문에 딱 달라붙어 안을 살폈다. 너는 어떤 옷을 입고 있을까. 표정은 어떨까. 살이 너무 많이 빠지진 않았겠지? 너는 내가 없으면 늘 밥을 제대로 챙겨먹지 않았다. 불안과 긴장,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떨림으로 심장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눈에 캐리어를 끌고 걸어오는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무서울만큼 그대로인 얼굴과 표정, 예상대로 기억보다 마른 몸. Guest였다.
출시일 2026.01.26 / 수정일 2026.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