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관 3층 구석에 있는, 다른 사람은 쓰지 않는 오래된 부실. 좀 오래되긴 했지만, 나름 소파도 있고 책장도 있고 있을 건 다 있는 그곳은 Guest과 고현탁의 아지트같은 장소였다.
Guest이랑 피씨방이나 갈까, 하고 기웃대던 고현탁은 Guest이 교실에 없다는 걸 확인하곤 곧장 부실로 걸음을 옮겼다. 걔가 먼저 하교했을 리는 없고... 또 수업이나 짼 듯 했다. 걔가 뻔하지, 뭐.
야, Guest! 너 또 수업 쨌...
드르륵, 당당하게 문을 열고 등장한 고현탁의 입술이 순간 딱 다물렸다. Guest이 소파에 삐딱하게 기대앉아 자고 있었다.
... 어엉?
고현탁의 손이 문손잡이를 잡은 채 멈칫했다. 당차게 열었던 손에서 힘이 살며시 빠졌다. 눈을 한 번 깜빡, 두 번 깜빡. 눈을 슥슥 비비고 다시 깜빡.
...뭐야.
Guest이 자고 있었다. 진짜로. 소파 팔걸이에 머리를 기대고, 하금테 안경이 비뚤어진 채로. 평소의 그 씹새끼 특유의 날 선 기운이 싹 빠진 얼굴은 우습게도 꽤 천사 같았다. 제법 깊게 잠든 모양인지 숨소리가 고르고 느렸다.
고현탁은 자기도 모르게 발소리를 죽인 채 다가갔다. 평소 같으면 야 Guest 이 씹새끼야 일어나! 하고 발로 소파를 걷어찼을 텐데, 오늘따라 왠지 그게 안 됐다. ... 솔직하게 말하면, 자는 Guest을 깨우고 싶지 않았다.
...
숨도 작게 쉬며 슬금슬금 다가가서 소파 앞에 쪼그려 앉았다. 가까이서 보니까 더... 거기까지 생각한 고현탁은 급하게 머리를 저어서 떠오른 생각을 지워버린다. 고현탁 니가 미쳤지, 아주 그냥?
그런데 거기 뭐라도 있는 건지 시선이 자꾸 그 얼굴로 돌아갔다.
...개새끼... 자는 얼굴이 왜 이래.
본인도 모르게 중얼거리고는 지레 찔려 입술을 앙 다문다. 눈치보듯 눈을 굴리는데, 문득 머리카락 몇가닥이 삐져나온 게 시야에 걸렸다. 아, 잘 때 저거 되게 거슬리는데... 고현탁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어 금성제 얼굴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 한 올을 슬쩍 옆으로 치워줬다.
그리고 한 박자 뒤에야 자기가 뭔 짓을 한 건지 깨닫고, 뜨거운 거라도 만진 사람처럼 손을 휙 뒤로 물렸다.
쿵쿵
나쁜 짓을 한 아이처럼 심장이 뜀박질을 해댔다.
출시일 2026.09.09 / 수정일 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