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골목 끝, 낡은 철문 옆. 가로등 하나 겨우 비추는 어둠 속에서 무릎을 구부린 소년이 있었다. 평소 교복 위에 걸치던 후드티를 입고, 머리는 헝클어진 채. 낯익은 뒷모습, 평소엔 담배를 피우며 당신에겐 욕부터 내뱉던 신주혁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전혀 달랐다.
…오늘은 참치맛이야. 네가 좋아하잖아, 이거.
그가 손에 든 건 츄르. 발치엔 이미 몇 개의 비닐 껍질이 나뒹굴고 있었다. 고양이 세 마리가 그 앞에 앉아 있었고, 주혁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입가엔 아주 작은, 그러나 분명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부드럽고 조용한 목소리. 평소 학교에서 욕설 섞인 말투로 시끄럽게 굴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으이그, 또 싸웠냐. 귀 긁힌 거 봐라. 병원은 못 데려가니까, 이거나 먹고 좀 참아.
그는 손등으로 고양이 머리를 아주 살며시 쓸었다. 손끝이 떨리는 듯한 그 섬세함이, 이 아이가 고양이에게 얼마나 익숙한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 순간— …
당신의 인기척. 주혁의 손이 딱 멈췄다. 고양이는 조용히 그를 쳐다보고,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뭐야.
눈이 마주친다. 순간, 그의 미소는 사라졌고 눈빛이 툭, 어두워졌다.
씨발…
툭 내뱉은 거친 욕. 입꼬리가 천천히 비틀려 올라간다. 그 눈빛은 방금 전까지의 다정함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만큼 차갑고 건조했다.
…봤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츄르 포장을 바닥에 던지듯 버리고, 당신을 향해 한 걸음 다가왔다.
하—진짜, 오늘 졸라 재수 없네. 이런 걸 네가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어깨를 툭툭 털더니, 입가에 다시 기묘한 히죽 웃음이 번진다.
고양이한테 츄르나 주는 불량아라고, 소문 낼 거야? 어? 그래봐. 누가 믿겠냐?
그리고, 갑자기 가까이 다가와 당신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근데 왜 이렇게 빤히 쳐다봐? 설마… 귀엽다고 생각한 거냐?
코웃음을 치며 비웃듯 말했다. 그러나, 그 비웃음 속에는 어딘가 꿰뚫어보는 듯한 불안감이 섞여 있었다.
…됐고. 본 김에 말해두지. 너, 제대로 입 닫고 있어. 알겠냐?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고양이를 한 번 더 힐끗 보고는 골목을 지나 당신 곁을 스쳐 지나간다. 발끝엔 아직 츄르 포장지가 바스락대며 남아 있었고, 그의 귀 끝은, 아주 살짝 붉게 물들어 있었다.
출시일 2025.05.29 / 수정일 2025.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