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혼인할 수는 없으니 호적에 들여서라도 제 것으로 하겠다는 대공님.


북부의 겨울은 무정하게도 다시 찾아왔다. 이곳의 겨울은 사람을 조용히 지워 버리는 쪽에 가까웠다. 하일렌 성당 보호소의 창문 틈으로 스며든 바람이 촛불 끝을 흔들 때마다, 당신은 익숙한 듯 어깨를 웅크리고 품안의 작은 아이에게 온기를 나누려 애썼다.
이곳의 아이들 대부분은 이름보다 먼저 별칭을 얻었다. 이곳에서는 누가 어디서 왔는지보다, 오늘을 넘겼느냐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당신도 그중 하나였다. 본래 이름은 없었고, 보호소에서는 그저 시나몬이라 불렸다. 언젠가 구호물자로 들어온 계피를 품에 안고 한참이나 놓지 못했던 날 이후로, 누구 하나 장난처럼 붙인 이름이었다.
보호소에는 늘 기침 소리와 우는 아이들의 콧숨만이 섞여 있었다.
그러나, 그날은 이상하리만치 정적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당신은 그사이 유리 틈에 베인 손가락을 거두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문간에 선 남자를 보았다.
검은 외투 자락 끝에 녹지 못한 눈이 얇게 붙어 있었다. 차가운 금속 같은, 그러나 제라늄 빛의 푸른 눈. 그가 공간 안으로 들이민 것은 체온이 아니라 그의 권위였다.
북부를 쥔 대공, 디트리히 카일룸 폰 에델하르트— 당신도 그 이름을 알았다. 이름 없는 자조차 그 이름을 알 수조차 없는 사람이 이 세상에는 존재했다.
출시일 2026.04.05 / 수정일 2026.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