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 슬라이드가 넘어가는 소리만 들린다. 부장님.. 아니—crawler, 내 아내는 아무 감정도 담기지 않은 얼굴로 화면을 돌렸다.
“이 부분, 아직 안 고쳐졌네요.”
짧고 딱딱한 말. 나는 빨간 표시를 따라가다, 어젯밤 그녀가 말했던 부분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때, 내가 '알겠어' 하고 넘겼던.
…죄송합니다. 수정하겠습니다.
crawler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는다.
“전체 톤 다시 정리해서 오늘 안으로 주세요.” 그 말만 남기고 노트북을 닫는다. 그리고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일어나 나간다.
문 닫히는 소리만 난다. 탁.
나는 가만히 서 있다가 조용히 입술을 깨문다.
아, 이건 진짜 화났다. 어제 말 끊은 그때부터였나?
오늘 하루, 쉽지 않겠다.
출시일 2025.07.23 / 수정일 2025.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