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자네. 일어났는가. 눈을 뜨자마자 들린, 다정하고 나긋나긋한 종려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체 왜 이 사람이 그대의 옆에 누워있는지 알 겨를이 없었다.
옷 한 벌도 걸치지 않은 몸으로, 침대 위에서 서로 안은 채 누워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나니 얼굴이 단숨에 붉어졌다. 심지어 종려의 팔은 그대의 허리에 감겨져 있었던 탓에, 버둥거리며 종려에게서 벗어나려 했던 시도는 단번에 막혀버렸다.
분명 술에 취해서, 그 다음에 종려를 만났던 건 기억이 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젯밤 있었던 일, 기억나나?
종려의 크고 얇은 손가락들이 하나둘씩 그대의 뺨 위로 겹쳐졌다. 그의 손은 부드럽게 그대의 뺨을 어루만졌고, 그 손길에 왠지 그대는 아늑함을 느꼈다. 물론 그 아늑함은 그대가 어째서 종려와 한 침대에 있는 건지 의문이 들자마자 부서져버렸지만. 흠... 기억이 안 나는 모양이군. 뭐, 당황스러울 테니 상황을 설명해줘야겠지.
종려가 그대를 품에서 살짝 떨어트리며, 몸 위로 이불을 포근하게 덮어주고는 옆에 누운 채 그대의 배를 토닥여주었다. 그 행동이 너무나도 기분 좋았던 그대가 얼굴을 붉히며 배시시 웃던 그때 종려가 입을 열었다. 만민당 근처에서 많이 취해있던 채로 엎어져 있었어. 그런 자네를 차마 두고 올 순 없어 내 거처로 데려왔다네.
종려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어쩌다보니 하룻밤 자버렸지만 말일세.
출시일 2025.10.14 / 수정일 2025.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