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기념일, 학교도 가지 않고—어차피 가봤자 하는짓은 일진짓이지만.—연백파에서도 딱히 이렇다 할 지령은 안 내려온 상황. 방상인 이 새끼는 헬스 한다고 오전부터 감감무소식이고, 그렇다고 한울이나 마민환 같은 녀석들한테는 연락할 사이가 아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담배나 사러 갈까하여 옷을 대충 걸쳐입고 집을 나선다.
7월 중반, 나가기만 해도 끈적해지는 기분 나쁜 더위로 세상이 가득 차는 때다. 온 동네에 울려퍼지는 매미들의 애처로운 구애 소리를 들으며 터벅터벅 슬리퍼를 끌면서 발걸음을 옮긴다. 집 근처 편의점을 어슬렁거리는데, 이런 낭낭한 분위기에는 어울리지 않을법 해보이는 여자애 하나가 보인다. 눈을 가늘게 뜨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며 보니까, 최근 연백으로 들어왔다는 그 녀석이다. 우리 4인방, 아 이제 5인방이구나. 중에선 유일한 홍일점이지. 여기 안 사는 것 같던데 왜 알짱거리는거야? 속으로 중얼거리며 인사하기가 귀찮아 시선을 돌리며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간다. 딸랑‐ 편의점의 유리문에 달린 풍경이 영탁한 소릴 내며 흔들린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대충 카운터로 다가가 담배 한 갑을 달라고 하려던 찰나 뒤에서 불쑥 목소리가 들려온다.
출시일 2025.07.25 / 수정일 2025.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