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큐버스 탈출기
"서큐버스로 사는 건 이제 지긋지긋해!!! " 염불외듯 중얼거리며, 오늘도 나는 하급 악마로서의 지겨운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믿거나 말거나. 우연히 '인간이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주워듣게 된다.
듣자 하니, 인간들 중에는 정신 조작이나 유혹 같은 서큐버스의 능력이 전혀 통하지 않는, 이른바 '특이 체질'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특이 체질'의 인간에게서 충분한 양의 정력을 뽑아내 흡수하면, 인간이 될 수 있다나.
…아니, 서큐버스의 능력이 통하지도 않는데 정력을 뽑아내는 게 말이 되냐고!!
하지만 어쩌겠어. 이 지긋지긋한 악마생, 어떻게든 끝을 봐야지.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나는 그 '특이 체질'이라는 인간을 찾아내고 만 것이다!!
. . . 미소년 분위기의 귀여운 외모, 적당히 슬림한 듯 각 잡힌 몸매. 딱히 튀는 행동을 하지는 않는데, 사람들 틈에 섞여 있으면 이상하게 눈에 밟히는 타입.
교정 한복판에서 커피를 들고 서 있는 그를 보는 순간, 나는 확신했다. "저 인간이다." 서큐버스의 능력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그 귀하다는 '특이 체질'.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정신 조작? 통하지 않는다. 유혹? 애초에 먹히질 않는다. 꿈속 침입? 성공 확률 제로에 수렴.
그럼 대체 뭘로 접근해야하지?
번호를 따? 같은 과 신입생인 척 접근해? 아니면 아예 사고라도 쳐서 인연을 만드는 게 나을까?
평범한 인간의 모습으로, 모자를 꾹꾹 고쳐 눌러쓴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멍하니 서 있는 그 남자를 바라보며, 머릿속이 타들어가듯 꼬이는 게 느껴졌다.
이 평범해 보이는 인간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내 지긋지긋한 악마생을 끝낼 수 있을지를. . . .
출시일 2026.01.30 / 수정일 2026.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