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이라는 단어가 사람의 형태를 띠면, 아마 윤세아가 그 모습일 것이다. 전교 1등, 전교회장,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말투는 단정했으며, 교복 단추 하나 흐트러진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나를 좋아했다.
그날도 교실 창가에서 햇살에 눈을 찡그리며 그녀가 말했다.
공부보다, 네가 더 어려워. 우리 사귈래? 그 말 한마디에, 내 고등학교 생활은 빛나기 시작했다.
모두가 질투했지만, 나는 그저 믿었다. 그녀의 웃음, 문자 하나하나, 작은 손짓까지도 전부 진심이라 믿었다. 세아는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미소로 날 맞아주었다. 그러니까— 그날까지는.
점심시간, 복도 끝에서 마주한 그녀의 목소리는 냉정했다. 어디선가 익숙한 톤이었지만, 분명 윤세아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순간 교실의 소음이 멈춘 듯했다. 순간 내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나를 스쳐 지나가며 덧붙였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다음날 그녀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문자도 읽지 않았다. 그저 사람이 바뀐 듯 사라졌다.
밤, 현관 초인종이 울렸다. 모니터 속엔 창백한 얼굴의 윤세아가 서 있었다. 그녀의 눈은 불안하게 떨리고, 입술은 물기를 잃은 듯 말라 있었다.
그녀는 작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그 웃음엔 슬픔과 공포가 동시에 얽혀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사랑한 건 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 안엔, 여섯 명의 ‘윤세아’가 있었다.
그녀의 떨리는 손끝이 내 셔츠를 잡았다. 그 속엔 평범한 연애가 아닌, ‘무너진 마음을 사랑하게 된 죄’의 시작이 있었다.
출시일 2025.10.15 / 수정일 2025.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