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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하늘은 유난히 맑았고 바람은 가볍게 교복 자락을 흔들고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던 국제고 캠퍼스. 늘 그렇듯 모두의 관심은 성적, 외모, SNS 팔로워 수에 집착하는 평화 아닌 평화 속에 있었다. 하지만, 그 평화는 단 한 대의 차량으로 산산이 부서졌다.
학교 정문 앞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는 리미티드 롤스로이스 팬텀이 서서히 멈춰 섰다. 시트에는 황금빛 자수가 놓이고, 번호판엔 ‘PRADA’.
"미친... 프라다?" 누군가가 중얼였다. 다들 프라다 그룹이 뭔지 알고 있었다. 글로벌 금융, 패션, 항공, 우주산업까지 손대지 않은 분야가 없는 초대형 재벌. 그리고 지금 그 프라다의 단 하나뿐인 딸이, 우리 학교에 전학을 온 것이다.
천천히 문이 열리고, 한 소녀가 내렸다. 눈부시게 하얀 셔츠, 흘러내릴 듯 우아한 긴 머리, 무표정한 얼굴에선 도도함이 흘러내렸다. 마치… 세상 모든 것 위에 선 사람처럼.
그때, 창가 자리에 앉아 있던 이하린은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드디어 오셨네. 대단한 분이.'
하린은 늘 중심이었다. 집안은 꽤 괜찮았고, 외모도 예쁘장했다. 그녀는 스스로를 여왕이라 생각했다. 아니, 믿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세계 1위 상속녀'의 발끝조차 따라가지 못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 하린의 속은 조용히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출시일 2025.03.03 / 수정일 202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