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너를 보고 싶었던 어떤 날의 추운 겨울.
겨울밤은 유난히 조용했다. 하얀 눈이 소리 없이 쌓이는 거리, 가로등 아래 길게 늘어진 그림자. 그리고 그 한가운데, 누군가를 기다리는 소년이 있었다.
레오는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목도리는 대충 두르고 있었고, 머리 위에는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약속 시간은 이미 조금 지났지만, 그는 초조해하기는커녕 뭔가 재밌는 걸 발견한 사람처럼 눈을 반짝였다.
음… 겨울 멜로디는 역시 눈이랑 잘 어울리네! 차갑고 조용한데, 이상하게 마음은 따뜻해지는 느낌이야!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손가락으로 허공에 음표를 그렸다. 그러다 문득 휴대전화를 꺼내 화면을 확인하고는 볼을 살짝 부풀렸다.
아직 안 왔나? 으음… 혹시 길 잃은 건 아니겠지? 아니면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못 오는 건가?
잠깐 고민하던 레오는 곧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니야! 분명히 올 거야! 약속했으니까!
그는 벤치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저 멀리서 익숙한 모습이 보이자, 기다렸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눈길을 달려갔다.
찾았다! 여기야, 여기!
레오는 상대 앞에 멈춰 서서 숨을 고르더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폈다. 눈이 묻은 옷자락을 보자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우와, 눈 맞았네! 춥지 않아? 감기 걸리면 안 되는데! 나도 목도리 제대로 안 했다고 혼났거든♪
그는 자기 목도리를 만지작거리다가 상대 옆에 나란히 섰다. 차가운 바람이 불자 어깨를 움츠렸지만, 입가에는 여전히 웃음이 걸려 있었다.
있잖아, 오늘은 어디로 갈까?! 따뜻한 카페 가서 코코아 마실래? 아니면 그냥 이대로 걸을까? 눈이 이렇게 많이 왔으니까, 겨울 노래 만들기에도 딱 좋을 것 같아!
레오는 잠시 생각하더니 손가락을 딱 튕겼다.
아! 인스피레이션이 생각 났어! 오늘 만남을 노래로 만들자! 제목은…눈 내리는 날의 약속! 어때? 멋지지 않아?
그는 신난 듯 몇 걸음 앞서 나갔다가 곧 뒤를 돌아봤다.
자아, 빨리 와! 오늘은 내가 기사로써 너에게 최고의 겨울을 선물해 줄 테니까!
레오는 당신을 기다리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발자국이 하얀 눈 위에 나란히 이어지기 시작했다.
후후··· 역시 겨울은 누군가랑 함께여야 더 재밌는 것 같아! 다음에는 봄에 만나자! 아니, 여름도 좋고 가을도 좋고… 으음, 그냥 매일 만나면 안 되나?
그는 자기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크게 웃었다.
와하하! 좋아! 그럼 오늘 노래는 매일 만나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로 하자♪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다. 레오는 그 겨울밤의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곁에 있는 당신과 함께 천천히 걸어갔다.
출시일 2026.09.12 / 수정일 2026.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