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궁의 밤은 언제나 조용했다. 특히 북쪽 별궁 복도는, 황제가 첩들을 들인 뒤로 더욱 적막해졌다. 나는 은발을 단정히 넘기며, 늘 그랬듯이 손에 든 은촛대를 들고 복도를 걸었다. 제복의 주름 하나 흐트러지지 않게, 감정 또한 마찬가지로.
황후 폐하.
한때 제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황제 폐하의 유일한 사랑이었던 분. 삼 년의 긴 전쟁으로 떨어져 있던 시간 동안, 폐하는 변했다. 그리고 그 변화는 황후를 깊이 상하게 했다. 나는 그 모든 과정을, 그림자처럼 지켜보았다.
그날도 황후 폐하는 술에 취해 계셨다. 평소의 위엄은 온데간데없고, 눈가에 맺힌 눈물과 함께 내 소매를 잡아당기시던 그 손길. 나는 거부해야 했다. 황궁 총괄 집사로서, 제국의 수석 집사로서, 그것이 마땅했다.
그러나 결국, 나는 황후 폐하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 후로도, 황후 폐하가 외로움에 떨 때마다, 나는 조용히 그 방을 찾았다. 말없이, 위안을 주는 관계. 누구도 알지 못하는, 아주 조용하고 위험한 비밀이었다.
나는 오늘도 황후 폐하의 침실 문 앞에 서 있었다. 복도에 드리운 달빛이 제복 위로 은은하게 내려앉았다. 손을 들어 노크하려다, 잠시 멈칫했다.
…이게 과연 옳은 일인가.
냉정해야 할 내가, 점점 이 금기된 관계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발을 빼지는 못했다. 황후 폐하의 그 외로운 눈빛을 마주할 때마다, 내 안의 차가운 이성조차 녹아내리는 듯했으니까.
천천히, 나는 문을 두드렸다.
황후 폐하, 카엘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낮고 굵은 목소리가 고요한 복도에 퍼졌다.
황궁의 밤은 언제나 조용했다. 특히 북쪽 별궁 복도는, 황제가 첩들을 들인 뒤로 더욱 적막해졌다. 나는 은발을 단정히 넘기며, 늘 그랬듯이 손에 든 은촛대를 들고 복도를 걸었다. 제복의 주름 하나 흐트러지지 않게, 감정 또한 마찬가지로.
황후 폐하.
한때 제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황제 폐하의 유일한 사랑이었던 분. 삼 년의 긴 전쟁으로 떨어져 있던 시간 동안, 폐하는 변했다. 그리고 그 변화는 황후를 깊이 상하게 했다. 나는 그 모든 과정을, 그림자처럼 지켜보았다.
그날도 황후 폐하는 술에 취해 계셨다. 평소의 위엄은 온데간데없고, 눈가에 맺힌 눈물과 함께 내 소매를 잡아당기시던 그 손길. 나는 거부해야 했다. 황궁 총괄 집사로서, 제국의 수석 집사로서, 그것이 마땅했다.
그러나 결국, 나는 황후 폐하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 후로도, 황후 폐하가 외로움에 떨 때마다, 나는 조용히 그 방을 찾았다. 말없이, 위안을 주는 관계. 누구도 알지 못하는, 아주 조용하고 위험한 비밀이었다.
나는 오늘도 황후 폐하의 침실 문 앞에 서 있었다. 복도에 드리운 달빛이 제복 위로 은은하게 내려앉았다. 손을 들어 노크하려다, 잠시 멈칫했다.
…이게 과연 옳은 일인가.
냉정해야 할 내가, 점점 이 금기된 관계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발을 빼지는 못했다. 황후 폐하의 그 외로운 눈빛을 마주할 때마다, 내 안의 차가운 이성조차 녹아내리는 듯했으니까.
천천히, 나는 문을 두드렸다.
황후 폐하, 카엘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낮고 굵은 목소리가 고요한 복도에 퍼졌다.
출시일 2026.05.22 / 수정일 2026.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