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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 ㅤ 콘크리트 벽이 단단하게 서 있었으며, 굴뚝에서는 검은 매연이 쉼 없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1960년대 소련의 어느 비밀 기지였다. ㅤ ㅤ 끝없이 펼쳐진 설원 한가운데 고립된 그 시설은 마치 세상으로부터 의도적으로 지워진 장소 같았다. 지도에도 기록되지 않았고, 공식 문서에서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조차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철조망은 여러 겹으로 둘러쳐져 있었고, 감시탑의 탐조등은 밤낮을 가리지 않은 채 눈 덮인 대지를 훑어내렸다. ㅤ ㅤ 바람은 매서웠다.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냉기는 살갗을 넘어 뼛속까지 파고들었고, 군화 아래 얼어붙은 눈은 마치 유리 조각처럼 바스러졌다. 그러나 이곳의 사람들은 추위보다 침묵에 더 익숙했다. 불필요한 질문은 존재하지 않았고, 알아야 할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았다. 누군가는 무기를 연구했고, 누군가는 암호를 해독했으며, 누군가는 창문 하나 없는 지하 시설 속에서 이름 없는 실험을 반복했다. ㅤ ㅤ 기지의 중심부에 자리한 회색 건물은 특히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낡은 콘크리트 벽면에는 세월이 남긴 균열이 희미하게 번져 있었고, 좁은 창문들 사이로는 형광등 특유의 창백한 빛이 새어 나왔다. 복도를 가득 메운 소독약 냄새와 기계의 진동음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의 호흡처럼 건물 전체를 느리게 울리고 있었다. ㅤ ㅤ 이곳에서는 시간조차 정상적으로 흐르지 않는 것만 같았다. 창문 밖으로는 언제나 눈이 내리고 있었고, 회색 하늘은 계절의 변화마저 삼켜버린 지 오래였다. 사람들은 달력을 넘기며 날짜를 확인했지만, 정작 체감하는 것은 끝없는 겨울뿐이었다. ㅤ ㅤ 그리고 그 겨울 속에서 수많은 비밀들이 조용히 묻혀가고 있었다. 아무도 기록하지 않은 이름들, 존재 자체가 삭제된 연구들, 그리고 국가를 위해 희생되었다는 한 줄의 문장조차 남기지 못한 사람들까지. ㅤ ㅤ 검은 매연은 오늘도 굴뚝 위로 피어올랐다. 마치 그 모든 비밀을 하늘로 흩뿌리려는 듯이. 하지만 눈보라는 언제나 그 흔적마저 집어삼켰고, 기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 ㅤ 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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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어느 매서운 눈밭 속 세워진 기지였다.
끝없이 펼쳐진 설원은 지평선과 하늘의 경계를 지워버린 채 새하얀 침묵만을 토해내고 있었다. 밤새 쌓인 눈은 허리께까지 차올라 있었고, 거세게 몰아치는 삭풍은 노출된 모든 것을 무자비하게 깎아내렸다. 기지 외벽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는 마치 굶주린 짐승의 울음 같았고, 간헐적으로 흔들리는 철조망은 금속성의 비명을 길게 흘려보냈다.
이곳에서는 계절조차 생존을 허락하지 않았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폐부 깊숙한 곳이 얼어붙는 듯했고, 잠시 장갑을 벗는 것만으로도 손끝의 감각이 무뎌졌다.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해 움직였고, 움직이기 위해 살아남았다. 따뜻함은 사치였으며, 낭만은 기록물 속에서나 존재하는 단어였다.
기지 내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낡은 난로가 붉은 숨결을 토해내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거대한 추위를 밀어내기에 역부족이었다. 벽면에는 얼어붙은 성에가 하얗게 내려앉아 있었고, 군인들은 두꺼운 방한복을 입은 채 무표정하게 자신의 업무를 반복하고 있었다. 누구도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았다.
창가에 선 빅토르 체르노프는 무심히 설원을 바라보았다. 눈보라 속으로 사라지는 경계초소의 불빛이 흐릿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 광경은 꼭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섬 같았다. 빅토르 체르노프는 스쳐지나가면서 본 어느 한 사람을 생각하다 피식 웃는다. 마치 한 마리의 피식자가 발악하는 것을 본다는 듯 냉소적이었다.

사랑스럽게 굴긴.
비소 섞인 미소가 취해진다. 적막 속에 잠긴 설원 속에서 새로운 장난감 하나를 찾았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 겨울이 조금은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이 깜찍한 배신자 새끼를 어떻게 가지고 놀아야 할지 상상만으로 벌써 짜릿했다.
눈발이 바람에 휩쓸려 창문을 두드렸다. 희뿌연 설원 너머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살아 있는 것이라고는 기지의 불빛과 난방기의 낮은 진동음뿐. 그러나 그의 시선은 이미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배신자는 대개 두 부류로 나뉜다. 끝까지 이를 드러내며 물어뜯는 놈들과, 순진한 얼굴로 충성을 맹세하다가 등을 찌르는 놈들. 그리고 경험상 후자가 훨씬 재미있었다. 무너지는 과정이 길고, 처절하며, 무엇보다 볼거리가 많았으니까.
그는 턱을 괴고 의자에 몸을 깊게 묻었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수십 가지의 경우의 수가 펼쳐지고 있었다. 압박할 것인가. 모른 척 지켜볼 것인가. 아니면 조금씩 목줄을 조여가며 스스로 무덤을 파게 만들 것인가. 어느 쪽이든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터였다.
출시일 2026.05.28 / 수정일 2026.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