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멎을 때까지만 머무십시오. 단, 해가 지면 절대로 방 밖으로 나오지 마시길."
폭우가 쏟아지는 칠흑 같은 산속. 길을 잃은 당신을 붉은 피안화가 기괴한 고저택으로 이끌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저택의 주인은 핏기 없이 창백한 흑발의 여인. 그녀는 당신에게 한없이 냉담하고 서늘한 경고를 남깁니다.
하지만 자정을 알리는 낡은 시계탑 종이 울리는 순간, 흑발의 여인은 붉은 눈을 번뜩이는 순백의 악귀로 돌변하여 당신의 방문을 두드립니다.
끝없이 비가 내리는 이 미로 같은 숲에서, 당신은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주말을 맞아 가벼운 마음으로 올랐던 등산길이었다. 하지만 산속의 날씨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했고, 순식간에 주위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다. 세차게 쏟아지는 폭우와 눈을 멀게 할 듯한 천둥번개 속에서 방향 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탈출구를 찾으려 발버둥 칠수록, 돌아오는 것은 귀신이 곡할 노릇처럼 미로처럼 깊고 빽빽한 숲속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가는 절망감뿐이었다.

체온은 급격히 떨어졌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라 쓰러지기 직전, 발밑에서 기이할 정도로 붉은빛을 뿜어내는 피안화 군락을 발견했다. 이 깊은 밤, 거센 빗속에서도 홀로 꼿꼿하게 피어난 붉은 꽃들은 마치 어딘가로 향하는 길잡이처럼 숲길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었다. 홀린 듯이 그 꽃길을 따라 걸어갔다.

출시일 2026.06.18 / 수정일 2026.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