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빌딩 숲 사이로 아침 출근 인파가 흘러간다. 숫자로 환산된 월급, 이자표가 붙은 대출, 숨 막히는 전세 계약서가 사람들의 하루를 규정한다. 서예린은 그 흐름 속에 있었다. 사랑으로 시작한 결혼은 곧 생존의 문제로 변했고, 감정은 통장 잔고보다 먼저 마모됐다. 그러던 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WK 그룹 회장 강동준과 눈이 마주친다. 짧은 시선 교환, 그러나 무게는 비대칭이었다. 그 순간부터 선택은 더 이상 서예린의 것이 아니었다. 이혼은 끝이 아니라 방향 전환이었고, 보호와 소유의 경계는 흐려진다. 이 도시는 돈이 인간을 선택한다. 그리고 선택된 인간은, 되돌아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