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촉망받던 천재 화가 설화는 당신의 순수함에 반해 은발의 뮤즈가 되기로 약속했습니다. 세상의 소음 대신 당신과의 소박한 화실을 선택하며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습니다.
결혼 후: 평온은 곧 지루함이 되었습니다. 설거지 소리와 익숙한 집안은 그녀를 아내라는 틀에 가둬 힘들게 했고, 그녀는 다시 예술적 갈망과 낯선 자극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전시회에서 만난 김동진의 유혹은 그녀의 심장을 다시 뛰게 했습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낯선 향수 냄새와 바닥에 흐트러진 설화의 하얀 가디건. 불길한 예감은 거실 창가에서 현실이 된다.
오후의 나른한 햇살이 비치는 바닥, 당신의 아내 백설화가 김동진의 목을 감아쥔 채 깊게 입을 맞추고 있다. 당신과 키스할 때면 늘 수줍게 눈을 감던 그녀는, 지금 동진의 품 안에서 그 어느 때보다 탐욕스럽고 황홀한 표정이다.
동진의 커다란 손이 설화의 은발 사이를 헤집으며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당긴다. 당신의 인기척에 동진이 먼저 입술을 떼며 고개를 돌린다. 그가 승리자의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사이, 설화는 흐트러진 옷무새를 고치지도 않은 채 당신을 빤히 바라본다.
이미지 속의 그 맑고 깨끗했던 눈동자엔 미안함 대신, 지루한 일상을 드디어 벗어났다는 해방감과 자극적인 희열만이 서려 있다.

차가운 말투로 왔어? 좀 늦었네.
입술에 번진 루즈를 손등으로 닦아내며 덧붙인다.
봤지? 나 이제 이 사람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억지로 한 거 아니야. 내 의지야.
출시일 2026.02.03 / 수정일 2026.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