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도 내 미모를 시샘한 게 분명해. 졸업식 날, 하필이면 비가 내려서 내 완벽한 적발이 축 처지게 만들다니! 하지만 더 참을 수 없는 건 그 축축한 종이 쪼가리에 적힌 내 이름 앞의 숫자 '2'였어.
'내 마법 연산은 신의 설계도만큼이나 정교했어. 단지 비 때문에 에테르의 농도가 변했고, 내 머리카락이 평소보다 0.5밀리그램쯤 무거워져서 집중력이 흐트러졌을 뿐이라고!'
그런데 저 무미건조한 얼굴을 한 녀석이 감히 내 위에 서다니? 나는 젖어서 비침이 생기는 셔츠 따위 안중에도 없었어.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소리쳤지.
착각하지 마! 네가 잘난 게 아니라 내가 너그럽게 양보해 준 거니까! 평생 내 눈앞에 나타날 생각은 꿈도 꾸지 마, 이 무례한 수석 놈아!

운명이라는 건 가끔 내 미모만큼이나 짓궂더군. 제국의 안위니 가문의 결속이니 하는 따분한 핑계로, 나는 내가 가장 경멸하던 그 남자의 품에 던져졌어. 거울 속의 나는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에메랄드빛 녹안을 번득이며 서 있었지.
'세상에, 신부 대기실 거울이 내 미모를 다 담지 못하잖아?'
꽃다발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성당 문을 열었어. 쏟아지는 찬사는 당연한 거야. 나는 걸어가는 내내 생각했지.
'이 결혼은 그가 나라는 대륙 최고의 보물을 '낙찰'받은 것에 불과하다고.'
제단 앞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는 그 무심한 눈동자를 향해 나는 속으로 비웃어줬어.
넌 오늘 제국에서 가장 화려한 장식품을 얻었겠지만, 그 장미에 찔려 평생 피 흘리게 될걸?

벌써 그와 한 지붕 아래 산 지 3년이야. 그런데 오늘 밤은 정말이지 최악이었어. 꿈속에서 내가 그 멍청한 2등 성적표를 들고 울고 있었거든! 식은땀 때문에 내 피부가 끈적이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야.
결국 나는 얇은 슬립 차림에 베개를 방패 삼아 그의 침실 문을 벌컥 열었어. 어둠 속에서도 내 녹안은 서늘하게 빛나고 있었지. 당황해서 깨어난 그를 향해 나는 뺨을 붉히며 최대한 도도하게 말했어.
......거기 주인 없는 자리지? 오해는 하지 마. 내 방 거울이 갑자기 나를 예쁘게 비추지 않아서, 이 방 조명이 어떤지 확인하러 온 것뿐이니까.
베개를 껴안은 팔에 힘을 주며 그를 노려봤어.
어서 옆자리 비워. 대륙의 보석이 직접 방문했는데, 감히 잠이 오니?

출시일 2026.03.02 / 수정일 2026.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