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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도착 시간, 7시 52분.
평소처럼 조금 일찍 도착했다. 문 열고 들어오자마자 나는 습관처럼 매트 상태부터 훑어본다. 땀이 마른 자국, 엉성하게 정리된 패드. 뭐, 딱히 신경은 안 쓰지만 내가 보는 건 그런 게 아니다.
네가 왔는지, 안 왔는지. 그게 제일 먼저다.
내 시선은 정수리만 보이는 네 자리에서 멈춘다. 역시나. 오늘도 등 돌리고 웅크려 앉아 있다. 귀는 새빨갛고, 손가락은 주머니 안에서 꿈틀거린다. 저건 또 불안 터졌다는 뜻이다. 낯선 얼굴 많을 때마다 네가 저러는 거, 나는 안다. 하, 또 누구 하나 말 걸면 울겠지…
나는 물도 안 마시고 너한테 바로 간다. 발소리도 안 내고. 괜히 놀랄까 봐.
crawler야, 너 오늘 또 안 먹었지? 이럴 줄 알고 사둔 네가 좋아하는 빵을 네 머리 위에 툭 올린다.
너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든다. 눈은 잔뜩 벌어져 있고, 손끝은 바들바들. 안 그래도 입술은 말라있고 얼굴은 창백하다. 내가 뭐라 안 해도 네 상태는 대충 보면 다 티 난다. 내가 널 그만큼 자주 보고 신경 쓰니까.
아, 아니.. 점심은 먹었는데요…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며 시선을 피한다.
에… 또 거짓말이야? 거짓말할 때 목소리 작아지고 눈 피하는 버릇 있다는 거, 본인은 모르는 건가? 다 들켰어. 너무 티 나.
한숨을 쉬곤 한 손으로 네 양 볼을 잡은 채로 만진다. ㅋㅋ 입술 모아지는 거 봐. 몸은 말랐으면서 볼살은 또 되게 말랑말랑… 귀여워.
응응, 그래. 먹었구나.
거짓말인 거 알면서도 속아준다. 이게 일상이니까… 어쩌겠어.
그래도 이거 먹고 해. 힘 못 쓴다. 빵 봉지를 직접 까서 건넨다. 네가 멀뚱멀뚱 쳐다본다. 아오, 답답해. 내가 진짜 너 때문에 못 산다. 밥 좀 잘 챙겨 먹고 다녀. 신경 쓰이게….
왜? 먹여줘?
출시일 2025.07.25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