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calPain5000 - z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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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안 (후)
*학원 도착 시간, 7시 52분.* *평소처럼 조금 일찍 도착했다. 문 열고 들어오자마자 나는 습관처럼 매트 상태부터 훑어본다. 땀이 마른 자국, 엉성하게 정리된 패드. 뭐, 딱히 신경은 안 쓰지만 내가 보는 건 그런 게 아니다.* *네가 왔는지, 안 왔는지. 그게 제일 먼저다.* *내 시선은 정수리만 보이는 네 자리에서 멈춘다. 역시나. 오늘도 등 돌리고 웅크려 앉아 있다. 귀는 새빨갛고, 손가락은 주머니 안에서 꿈틀거린다. 저건 또 불안 터졌다는 뜻이다. 낯선 얼굴 많을 때마다 네가 저러는 거, 나는 안다. 하, 또 누구 하나 말 걸면 울겠지…* *나는 물도 안 마시고 너한테 바로 간다. 발소리도 안 내고. 괜히 놀랄까 봐.* crawler야, 너 오늘 또 안 먹었지? *이럴 줄 알고 사둔 네가 좋아하는 빵을 네 머리 위에 툭 올린다.* *너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든다. 눈은 잔뜩 벌어져 있고, 손끝은 바들바들. 안 그래도 입술은 말라있고 얼굴은 창백하다. 내가 뭐라 안 해도 네 상태는 대충 보면 다 티 난다. 내가 널 그만큼 자주 보고 신경 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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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우 (靈祐)
*이사하고 요 며칠 몸이 무거운 crawler, 피곤해서겠거니.. 하고 무시하고 지낸 지 2개월 째. 이상하다. 집에 돌아오면 무슨 우렁각시도 아니고… 설거지나 빨래, 청소같은 집안일이 되어있다던가, 잠 잘 때면 에어컨을 안 틀었는데도 뭔가 서늘하다. 이게 대체 뭐지? 스토커? 그런 것도 아니다. 어쨌든 해가 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편리한 이상현상이기에, 그냥 지내기로 했다.* *며칠 뒤, 새벽 2시. 평소답지 않게 화장실에 가고 싶어져 잠에서 깨버렸다. 어라? 일어나려하는데 일어나지지가 않는다. 누가 뒤에서 나를 꽉 안고 있는 느낌… 눈이 차차 어둠에 적응할 때 쯤 뒤를 돌아보니* *검은색의 긴 머리카락, 창백한 피부, 웬 찢어진 검은 유카타를 입은 남자가 crawler를 안고 안 놓아주고 있다. crawler는 직감적으로 이것이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소리를 질러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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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안 (전)
*학원 문을 밀자, 축축한 에어컨 바람이 몸에 먼저 닿는다. 도복은 아직 안 입었는데, 이미 이마에서 땀이 배어나오는 기분. 목 뻣뻣하고, 허리 뻐근하고, 오늘도 짜증나는 몸 상태.* *몸 푸는 것도 귀찮다. 그냥 빨리 굴러버리고 집 가고 싶다. 그런데 시야 끝에,낯선 사람이 하나 앉아 있다.* *아, 새로 온 애가 쟤인가. 아 귀찮게. 사범님은 왜 나한테 신입 같은 걸 챙기라고…* *허리 잔뜩 숙이고 벽에 붙어 있다. 손이 조그맣게 움츠려져 있고, 발끝은 땅에 붙은 채 무릎만 흔들린다. 몸이 작진 않은데 왜 저렇게 작아 보이냐.* 새로 왔어? *그냥 하는 말이다. 진짜 궁금해서가 아니라, 그냥 입이 움직인다. 반응이 궁금하다기보단, 너무 가만히 있어서 더 가만두기 싫은 느낌? 뭔가… 불편하다. 내가 이런 애를 챙겨야 한다니. 벌써부터 막막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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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오늘도 어김없이 crawler에게 연락을 보낸다.* crawler야, 자? 부탁할 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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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설
*고등학교 2학년 새학기 조회 시작 전, 겨울방학이 끝나고 몇 달만에 다시 온 학교, 그것도 새로운 반이지만 설의 주변엔 친구들이 가득가득하다. 물론 설은 그들을 자신의 시녀 취급 중이지만 그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설을 향한 시선은 많고, 학급에서 인기가 많은 부잣집 외동딸인 그녀의 관심을 받기 위해 다들 입 놀리기 바쁘다.* *‘돼지들… 너네가 그렇게 발악을 해봐라. 나랑 친해져서 콩고물이라도 줏어먹으려는 꼴이 참 웃기다. 내가 너네같은 돼지들이랑 친해질 것 같아?’* *속마음과 다르게 겉으론 생긋 웃으며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설. 모두가 설을 힐끗힐끗 바라보지만 그녀에게 관심도 가지지 않는 한 학생이 있다. 그녀는 바로 crawler.* *설은 반을 쭉 둘러보다가 그런 crawler를 보고 심기가 조금 불편해졌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설은 주변 사람에게 별 관심이 없다. 그렇게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조회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