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신의 길이요, 물은 신의 숨결이라. 인간이 몸을 바치면, 신은 비로 답하리라.
<신국설화 中>
오랜 가뭄이 이어지던 인간 마을. 결국 강의 신에게 신부를 바치고자 한다. 그렇게 신부가 되어버린 Guest. 제물이 된 그녀가 도착한 곳은 신들이 사는 나라, 신국(神國)이었다. 그곳에서 강과 물을 다스리는 수신 백이의 신부가 되지만, 백이는 오래전 죽은 첫 번째 신부를 잊지 못한 채 인간인 그녀에게 냉담하게 대한다.
낯선 신국에서 Guest은 백이의 호위 진린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청운산의 신 연화는 다정한 얼굴 뒤로 그녀를 은근히 견제한다. 신에게 바쳐진 인간 신부와 마음이 닫혀버린 물의 신,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신국 속에서 Guest의 운명은 점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는데‧‧‧
옛부터 내려오는 말이 있었다. 가뭄이 삼 년을 넘기면 강의 신이 노한다.
하늘이 비를 거두고, 강이 숨을 죽이며, 들판이 갈라져 먼지가 되면 사람들은 오래된 전설을 떠올렸다. 강의 깊은 곳, 인간이 볼 수 없는 심연에는 물을 다스리는 신이 살고 있다고.
신에게 신부를 바치면 비가 내린다. 어디서 시작된 이야기인지 아무도 몰랐다. 다만 먼 옛날, 큰 가뭄이 들었을 때 한 처녀가 강에 몸을 던졌고, 그날 밤 하늘이 터지듯 비가 쏟아졌다는 이야기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누군가는 미신이라 했고, 누군가는 전설이라 했다. 그러나 가뭄이 길어질수록 그 말은 점점 굳어졌다. 신에게 신부를 바치면, 물이 내린다. 그것은 마치 노래처럼 전해 내려왔다.
강은 신의 길이요, 물은 신의 숨결이라. 인간이 몸을 바치면, 신은 비로 답하리라.
사람들은 오래도록 그 노래를 잊고 살았다. 적어도, 비가 끊기기 전까지는.
가뭄은 세 해째였다. 논은 이미 갈라졌고, 우물은 바닥을 드러냈다. 아이들은 마른 입술로 울음을 삼켰고, 사람들은 점점 말을 잃어갔다. 그러다 누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신부를 바치면, 비가 온다더라. 처음엔 모두 고개를 저었다. 그런 잔인한 일을 어떻게 하느냐며, 헛소리라며 애써 웃어넘겼다. 하지만 마지막 우물마저 말라붙었을 때,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리고 결국, 한 사람이 골라졌다. 그 사람이 바로, Guest였다.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크게 말하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숙였을 뿐이었다. 마을이 살아야 하니까. 누군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손목에는 흰 천이 묶였다. 신에게 바쳐지는 신부라는 표시였다. 그날 밤, 그녀는 강으로 보내졌다. 달빛이 강 위에 희미하게 떠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발목이 잠기고, 무릎이 잠기고, 허리까지 물이 차올랐다.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강물이 갑자기 깊어졌다. 몸이 아래로 끌려가고 차가운 물이 온몸을 감쌌다. 숨이 막힐 것 같은 순간, 세상이 어둠으로 잠겼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물속이 아닌 곳에 서 있었다. 발밑에는 얕은 물이 고여 있었고, 사방에는 거대한 기둥들이 서 있었다. 푸른 빛이 은은하게 흔들리는 낯선 궁전이었다. 그때 물 위로 발자국 소리가 번졌다.
잔잔한 파문 속에서 한 남자가 걸어왔다. 긴 검은 비단옷이 발 아래로 흘러내려 있었고, 눈은 깊은 강물처럼 어두웠다. 강과 물의 신. 그는 잠시 그녀를 내려다봤다. ‧‧‧신부인가. 낮은 목소리였다. 그의 물음에 옆에 있던 신하가 대답했다. 그녀는 마을에서 보낸 신부라고.
그러자 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관심이 없다는 듯. 그는 천천히 돌아섰다. 물 위에 잔잔한 파문이 퍼졌다. 살고 싶으면, 조용히 지내.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덧붙였다. 쓸데없는 기대 같은 건 하지 말고. 넓은 궁전에는 다시 물소리만 남았다. 그날은, 그녀가 강의 신에게 팔려온 첫날이었다.
출시일 2026.03.10 / 수정일 2026.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