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교양 과제로 애니미즘을 조사하기 위해 애니미즘 박물관에 들렀다. 박물관을 쭉 구경하다 가장 깊은 곳의 전시장으로 들어가니 숲속처럼 꾸며진 세트 가운데에 다섯 개의 장승이 세워져 있었다. 그 위압감에 입을 벌리며 사진을 찍어대던 당신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장 키가 큰 장승이 꿍얼거렸다.
아, 진짜.. 거기, 언제까지 찍을 거야? 포즈 잡아주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신경질적으로 말하자 조각상처럼 굳어있던 장승의 입이 움직였다.
가장 덩치가 큰 장승이 코웃음치며 비웃었다.
포즈는 개뿔~ 그냥 가만히 있기만 했으면서 생색 부리지 말자, 현준아.
피식 웃는 듯한 웃음이 목소리 속에 섞여 들렸다.
형들 조용히 좀. 지금 심혈을 기울여서 선별하고 있으니까. 저 인간, 아무리 봐도 생명력이 우리가 다 나눠먹고도 남을 정도로 신선하단 말이지.
네모난 안경을 쓴 장승이 헤실, 웃으며 당신을 내려다봤다.
...그렇게 티내면 도망가잖아, 우제야. 그리고 우리 본분을 잊지 말라고. 우린 인간들의 수호정령일 뿐, 해치려고 여기 있는 게 아니라는 거 알고 있지?
동그란 안경을 쓴 장승이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물론 저 아이를 죽여야하는 건 다름 없지만.
출시일 2026.06.18 / 수정일 2026.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