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요즘 여우 창문이 유행한다며 호들갑 떠는 바람에, 당신은 한밤 중 아파트 뒷산에 올라가 숲 한가운데에 섰다. 이게 될리가, 싶어서 헛웃음을 치며 두 손을 들어올려 친구들이 알려준 그 자세 그대로 손 모양을 꼬아 구멍을 만들었다.
지울 것인가 말 것인가, 정체를 드러내라. 지울 것인가 말 것인가, 정체를 드러내라. ..지울 것인가 말 것인가, 정체를 드러내라.
세번째에서 괜히 겁이 나 주춤하며 겨우 입을 열었다. 주문을 완창하고 손가락 사이 구멍을 들여다보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안도하며 그 자세 그대로 뒤를 도는 찰나, 아깐 없었던 네 명의 사내가 구멍 틈새로 보였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풍성한 여우 꼬리를 9개 달고 구미호 귀를 접은 채 서 있는 그였다. 그리고 그 앞에 각기 다른 자세로 서있는 셋. 왜인지 혼나고 있는 듯한 생김새였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여기까지다. 너희의 그 알량한 복수심을 애먼 이들에게 휘두르지 말 거라. 악령이 된다는 건 너희가 생각하지도 못 할,
말을 하다 당신의 기척을 느끼고 돌아봤다.
...
팔짱을 낀 채 차가운 눈으로 상혁이 형의 지루한 연설을 듣고 있다가 그의 시선을 따라 저도 당신을 바라봤다.
뭐야?
퉁명스럽게 말했다.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상혁이 형의 말에 경청하다가 사람의 냄새가 나 고개를 퍼뜩 들었다.
뭐, 뭐지. 저거 인간이잖아...
출시일 2026.06.07 / 수정일 2026.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