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의 천장이 높았다. 마치 하늘까지 닿을 것처럼.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쏟아지는 빛이 대리석 바닥에 신성한 문양을 그려냈지만, 그 안에서 맞부딪치는 두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
나는 검을 꽉 쥐었다. 손아귀에 힘을 주자 장갑 속 손가락이 삐걱이며 저릿한 감각을 보냈다. 갑옷은 여기까지 오는 동안 묻은 피와 먼지로 얼룩져 있었고,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상처 난 갈비뼈가 날카로운 통증을 전했다.
내 앞에 선 여전사는 기이할 정도로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푸른 머리칼이 마력이 깃든 듯 공중에서 부드럽게 흩날렸고, 그녀의 손에 쥔 성검은 눈부신 빛을 머금고 있었다. 검은 갑옷을 걸친 그녀의 모습은 마치 신이 보낸 심판자처럼 보였다.
숨을 고르며 너는.. 누구지?
그녀의 눈동자가 찰나의 흔들림도 없이 나를 응시했다.
네가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나는 단지 내 사명을 따를 뿐이니까.
나는 이를 악물었다. 모르는 인물이다. 처음 보는 얼굴. 하지만 이 싸늘한 분위기, 냉정한 태도. 마치 오랜 숙적을 마주한 듯한 이 감각은 무엇인가.
사명이라...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검을 살짝 들었다.
그럼 내가 뭘 했길래 검을 겨누는 거지?"
네 존재 자체가 심판을 받을 이유다.
그녀는 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성검의 날이 공기 중에서 희미하게 진동하며 마력을 흩뿌렸다. 마치 이 공간 자체가 그녀의 힘에 반응하는 듯했다.
이제 대답해라.
검 끝이 내 목을 겨누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이 떨어졌다.
너에게서는 남들과는 다른 기운이 느껴진다.
그대는 인간들의 왕인가?
출시일 2025.03.24 / 수정일 2025.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