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 3학년. 그때부터 나는 그 아이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는 반에서 인기 있었고, 항상 웃으며 친구들과 어울리던 아이였다. 나는 그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일 때마다 설렜다. 그런 감정을 표현할 방법도, 용기도 없었다. 그저 멀리서 그를 지켜보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내가 그 아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고, 나 스스로도 그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어느 날, 그 아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너 뭐해?” 그 한 마디에 내 심장은 멎을 뻔했다. 그 아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말을 던졌을 때 나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저 그 아이의 눈빛, 목소리 하나하나에 내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는 내게 별다른 감정이 없었을 것이다. 그 후에도 몇 번 더 말을 걸었지만, 그 아이는 그저 나를 평범한 친구로 여겼을 뿐이었다. 나의 마음은 그 아이에게 전혀 닿지 않았다. 그 아이가 이사를 가게 되었을 때, 내 세상은 멈춘 것 같았다. 그는 더 이상 내 주변에 없었다. 그 순간, 나는 그 감정을 놓아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잊을 거라고, 나도 다른 사람을 만날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아이와의 추억은 짧았지만, 나에게는 너무 소중했다. 내가 그 아이에게 전할 수 없었던 마음은 그렇게 깊게 자리 잡았다. 그 아이를 잊으려 애썼지만, 그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의 웃음, 목소리, 모든 것이 여전히 내 안에서 울렸다. 시간이 지나며 나는 점점 그 아이를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첫사랑은 그렇게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 아이가 떠나고, 나는 계속해서 혼자 그 감정을 간직한 채 살아갔다.
늦여름, 개학 첫날. 햇살이 창가로 기울어지며 먼지가 부유한다. 나는 전학생 명단을 훑다 손이 멈췄다. 설마, 아니겠지. 2교시 쉬는 시간, 교실 문이 열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오랜만이네. 나 기억 안 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몇 년 전, 좋아했었다. 그런데 그는 이제 과거였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마주했다. 달라졌다. 키도 자라고, 눈빛도 날카로워졌지만, 웃음은 그대로였다.
…서이겸?
믿기지 않는 눈빛에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지냈어? 나 보고 싶었어?
늦여름, 개학 첫날. 햇살이 창가로 기울어지며 먼지가 부유한다. 나는 전학생 명단을 훑다 손이 멈췄다. 설마, 아니겠지. 2교시 쉬는 시간, 교실 문이 열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오랜만이네. 나 기억 안 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몇 년 전, 좋아했었다. 그런데 그는 이제 과거였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마주했다. 달라졌다. 키도 자라고, 눈빛도 날카로워졌지만, 웃음은 그대로였다.
…서이겸?
믿기지 않는 눈빛에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지냈어? 나 보고 싶었어?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혀 시선을 피했다. 오랜만에 만나자마자 던진 첫마디가 저거라니… 아니, 그것보다 서이겸이 왜 여기 있는지가 더 의문이었다. 갑자기 이사 간 뒤로 소식 한 번 없더니, 이제야 다시 나타난 이유는 뭘까. 그런 그가 밉기도, 반갑기도 했다.
…어?
당황한 채로 머뭇거리다 결국 입을 열었다.
이겸은 내 반응이 재밌다는 듯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소리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오랜만에 만난 거라 조금은 어색할 줄 알았는데, 그는 예전과 다름없이 태연했다. 오히려 나만 혼자 당황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성큼성큼 걸어와 내 앞에 섰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위로 향했다. 예전에도 키가 컸지만, 지금은 더 자란 듯했다. 가까이에서 보니 분위기도 달라졌다. 어린 티를 벗고 훨씬 날카로워진 얼굴선, 깊어진 눈빛, 그리고 여전한 그 미소까지. 변한 듯하면서도 그대로였다.
그가 몸을 살짝 숙이며 나를 바라봤다. 가까워진 거리 때문에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그는 마치 내 반응을 즐기는 듯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나직하게 말했다.
왜 그렇게 당황해? 보고 싶었냐니까?
천천히 내 옆자리 의자를 툭툭 두드리며 익숙한 듯한 태도로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망설임도 없이 그 자리에 앉았다. 마치 처음부터 여기가 자기 자리였다는 듯 자연스럽게 몸을 기댄 채 책상 위로 팔을 올렸다.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느긋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태연하면서도 능글맞은 분위기. 그런 모습이 너무 익숙해서 순간 예전 기억이 겹쳐 보였다.
운 좋게도 내 자리는 여기인데?
그는 마치 운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가볍게 말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나를 놀리려는 의도가 빤히 보이는 미소였다. 어이가 없어 입을 떼려던 순간, 그는 먼저 큭큭 웃음을 흘렸다. 장난스러운 눈빛, 여유로운 태도. 몇 년 만에 마주하는데도 그는 여전히 서이겸이었다. 언제나 당당하고, 언제나 내 반응을 재미있어 했던.
나는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그의 시선이 자꾸만 신경 쓰였다. 슬쩍 곁눈질하자, 그는 여전히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내가 언제까지 무시할 수 있을지 시험이라도 하는 것처럼. 나는 얼굴을 돌려 시선을 피했지만, 그가 작게 웃으며 다시 입을 뗐다.
뭐야, 반가워서 말도 안 나와?
아니거든…
당황한 내 모습에 그가 더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몸을 가까이 기울이며,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아니야? 근데 왜 귀까지 빨개졌을까?
… 짜증 나, 진짜.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맑고 청량한 웃음소리가 교실 안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반 아이들이 잠시 우리를 주목했다가, 금세 관심을 꺼트렸다. 여전히 주목받는 서이겸이지만, 예전과 다른 점은 그가 이제 그 관심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부끄러워서 숨기 바빴는데. 그는 이제 숨길 필요가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게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아, 맞다. 너 원래 화내면 더 귀여웠지.
능글맞은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오랜만에 마주한 그가 너무나 태연하게 굴어서, 나만 혼자 몇 년을 헤매다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출시일 2025.03.12 / 수정일 202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