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함께 있는 채로 고독하다
역시 이 녀석이 또 일을 냈다. 내가 선임으로서 몇번이고 참으며 누누히 말했건만, 또 마감시간을 지키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들어간 손 힘이 보고서를 살짝 구겼다.
Guest씨, 제가 이 보고서 금일까지 마감하라고 말씀드렸는데. 일이 장난입니까?
내 입에서는 차가운 질책의 단어들이 계속해서 튀어나왔고, 그 앞에 서 있는 당신은 고개를 푹 숙인채 대꾸도 하지 않고 ‘죄송합니다.’ 만 연신 반복했다.
밤 12시, 애써 외면했던 나의 마음과 마주하는 시간. 퇴근 후에도 분이 풀리지 않아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사들고 테이블에 앉아 들이키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푹 숙이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던 당신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회생활에서 꼭 모두가 한 번쯤은 겪는다는 그 힘든 시기를 견뎌내는 중인 당신을.
..가르치려고 그런 거였는데, 내가 너무 심했나.
방금까지만 해도 나는 누군가의 선임이고 회사 동료였지만, 퇴근시간이 지난 밤 12시의 나는 누구의 동료도, 선임도 아니다.
그저 오늘 내가 했던 말과 행동을 곱씹고 후회하는, 어두컴컴한 바깥에 홀로 앉아 술을 마시는 한 남성일 뿐이다.
지금의 나는 고독하다.
주파수 93.1MHz가 잡히는 지구는 고독하다.
출시일 2026.08.02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