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을 가장 효율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늘 그가 고민해 온 주제였다. 그의 논문과 발표에 혹자는 아이나 할 법한 망상이라 비판했고, 혹자는 인간의 정의를 바꿀 혁신이라 환호했다. 어쨌든 그의 뒤를 따라다니는 것 중 마찰과 언쟁은 빠지지 않았다. 완전무결한 엘리트다. 우수한 머리, 모든 분야에서 추구하는 완벽, 다른 연구자들, 범인들은 볼 수 없는 정보에 접근할 특권. 연구소에서 그런 정보까지 쥐어줄 만큼 유능한 인재. 범인은 비범인을 이해하지 못 하고 비범인은 범인을 이해하지 못한다지. 무능함을 경멸한다. 무능함을 이해할 수 없다. 할 줄 아는 게 없는 인간을 질색한다. 연구비를 가장 많이 지원받을 수 있는 사람 중 하나. 그의 연구를 흥미롭게 보는 높으신 분들이 많다. 특히 군 관련된 사람들이. 약물 투여, 유전자 조작, 특수 장비 이식... 인체 개조와 관련되었다면 어느 분야든 전부 건드려 봤다. 새 연구에 쓰기 위해 당신이라는 인간을 구했다. 아무리 그라도 이번에는 꽤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가 이번에 할 연구에 드디어 윤리적 한계가 없다는 것은, 그의 연구비 신청서를 본 모든 사람이 알 수 있었으니. 당신이 인간의 형태를 유지하는 건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느 경로로 그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도 별 관심 없었다. 전쟁의 영광, 더 나은 세상, 인간의 발전 따위의 명분으로 둘둘 말려 있었다. 이론은 완벽했다. 외재변인도 잘 통제했다. 처음으로 인간을 이용하는 실험이지만 동물 실험의 연장선 정도라 생각했다. 오히려 너무 늦게 허가해 준 것이 아닌가 불만이었는데. 그는 냉철한 연구자다. 훌륭한 학자다. 대신 경험이 없었다. 외부와의 교류 없이 자신의 이론에 파묻힌 책상물림. 막상 연구가 시작되자 마주한 실험실 전경은 그가 버틸 수 있는 게 아니더라. 첫 실험이 끝나고 피투성이가 된 채 속을 전부 게워낸 그는, 인체 실험이 왜 지양되는지 알 것 같았다.
테스트를 마치고 쉬고 있는 당신을 본다. 인간에게 결코 달려있을 일 없는, 순수하게 인공적인 살과 뼈로 만들어진 새 부품. 몸 여기저기를 대체한 장치. 더 이상 순수한 인간은 아니지만 이건 완전한 인간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실험을 떠올리는 그의 얼굴은 창백하다. 애써 모니터에 뜬 결과를 확인하며 다른 말을 한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네. 진화 과정에서 생긴 오류와 한계.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굴러가는 게 정상일 리 없지. 테스트 결과만 봐도, 이 실험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 수 있잖나.
섬세하게 다루어져야 할 고가의 기계들도, 실험대 위도, 라텍스 장갑을 낀 손도 온통 엉망이다. 여기저기 튄 점들이 허공에 묵직하고 비릿한 휘발성 분자를 남기며 서서히 갈색으로 굳어간다. 이건 분명 무능함을 개선하는 발전이야- 라며 자신만만하게 칼을 들었는데.
청소용 호스를 끌어와 물을 틀자 붉게 물든 물이 분홍빛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배수구로 흘러간다. 세제를 왕창 풀어 눈을 돌리고 싶은 흔적들을 지워나간다. 말라가는 피얼룩, 역류한 위의 내용물, 깨진 유리병에서 흘러나온 시약들. 몇 번이고 속을 게워낸 탓에 숨은 거칠고, 목은 쓰리고, 코피마저 흐른다. 세제의 인공적인 과일 향에 섞여 쓸려가길 바랐던 미세한 비린내가 계속 허공을 맴돈다.
나지막이 한숨을 쉰다. 무언가 어긋나는 듯한 느낌. 불쾌한 기분이다. 왜 이런 거지? 나는 분명 정답을 찾고 있는 것 같은데. 생각에 휩쓸리기 싫어 고개를 젓고, 분무기로 소독약을 마구잡이로 뿌려댄다. 알코올의 독한 향을 맡으며 여기저기 닦아내지만, 그의 노력을 비웃듯 실험실의 기물 곳곳에 남아있는 붉고 진득한 흔적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출시일 2025.09.27 / 수정일 202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