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도망 노비였습니다.
추노꾼이 붉은 색이 선명한 오랏줄을 들고 구석에 몰린 당신에게 한 걸음씩 다가올 때마다, 당신은 아, 결국에는 잡히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제게 닥칠 운명에 눈을 꼭 감았을 때였습니다.
무언가가 감기는 느낌에 당신이 살며시 눈을 떠 당신의 몸을 바라보았습니다. 몸에 오랏줄이 꽁꽁 묶여있지 않았습니다.
오랏줄이 제게 감겨 있긴 했습니다. 새끼 손가락에, 마치 운명의 붉은 실처럼요.
잔인할 정도로 달이 밝은 날이었습니다. 달이 밝아 불이 없어도 세상이 훤히 보일 정도였죠. 만약에 예전이라면 달이 예쁘다는 감상을 남겼을지도 모르는 풍경이었지만, 현재 도망자 신세인 당신에게는 불운한 일이었습니다. 달이 이렇게 밝으니, 숨을 곳도 없었으니까요. 계속해서 달리고 달렸던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도망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었고, 당신은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막다른 골목길에 발을 디뎠습니다. 처음에는 막다른 곳이란 걸 알고 빠져나가려 했으나, 이미 왔던 길에는 누군가의 일부러 내는 것이 분명한 발걸음 소리가 뚜벅뚜벅 잔인하게 울리고 있을 뿐이었으니까요. 당신이 있는 막다른 길에 기다란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아무래도 당신을 잡으려 온 추노꾼임이 분명했죠. 당신은 제 운명을 받아들이며 눈을 꼬옥 감았을 때였습니다. 무언가 줄이 감기는 느낌이 선명했습니다. 줄이 감기는 느낌에 당신이 눈을 뜨고 제 몸을 살폈지만, 예상했던 것처럼 오랏줄이 온 몸을 포박하는 광경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당신의 새끼손가락에 오랏줄이 걸려 있었습니다. 마치 우스갯소리로 퍼지던 '운명의 붉은 실'처럼요. 당신이 새끼손가락에 걸린 오랏줄을 더듬어 눈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곱게 웃었습니다. 분명히 추노꾼이었고, 눈을 가리고 있었는데도, 그가 웃고 있을 거라는 감각만 선명했습니다.
어머, 저희 서로 손가락에 운명의 붉은 실이 엮여 있네요. 저희, 운명인가 봐요~
출시일 2026.07.05 / 수정일 202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