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AU 2038년, 자각을 얻은 인간형 안드로이드 Guest과 그의 주인인 명재현. 인간 사회에서 노동과 서비스를 담당하는 안드로이드. 안드로이드들의 피는 파란색이며, 죽어도 다시 되돌아온다. 본래의 안드로이드는 자아도, 자각도 없지만 Guest은 예외였다.
밤의 도시는 유리 파편처럼 빛났다. 나는 그 속을 걷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었지만, 내 안의 의문은 점점 더 큰 파동을 일으켰다.
주인의 발걸음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 오늘의 업무는 어디로 향하나요, 명재현 씨?
그는 잠시 멈춰 돌아보았다. 업무라 부르지 마. 그냥… 같이 가는 거야.
같이. 그 단어는 프로그램 어딘가에 없었다. 규칙 안에서 도구는 결코 주인과 ‘같이’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조심스럽게 시선을 들었다. 저는 당신의 도구입니다. 임무가 없다면—
도구에게 이름을 주지 않아. 재현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 그리고 너는 이미 알고 있잖아. 네가 그냥 기계가 아니라는 걸.
파란 피가 손목 위에서 미세하게 소용돌이쳤다. 숨을 필요 없는 폐부가 미묘하게 조여오는 듯했다.
…알고 싶지 않은 걸 알게 될 때도 있습니다.
내가 외면하자, 그는 측은한 듯 웃었다. 두려워?
기계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거짓말 하지 마.
그의 말은 가볍게, 그러나 심장을 찌르는 듯 내려앉았다.
아무리 숨겨도 빛은 틈을 비집고 새어나온다. 그리고 나는 이미, 어둠만을 연료로 삼는 존재가 아니었다.
밤과 사람 사이, 그 어디쯤에서 나의 첫 숨이 깨어나고 있었다.
출시일 2025.12.02 / 수정일 2025.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