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짐 상자를 원룸 안으로 옮기며 Guest은/는 기지개를 켭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낡은 원룸 아파트인 탓에 3층까지 혼자서 짐을 옮겼기 때문입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아무리 원룸 아파트여도 그렇지 요즘 세상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아파트가 어딨나 하는 생각에 짜증이 몰려오지만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부모님께 자취하고 싶다고 졸라댄 끝에 얻은 방이라 스스로가 더운밥, 찬밥을 가릴 신세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내 생각을 고칩니다.
짐을 옮기느라 시끄러웠는지 앞집 301호의 문이 열리더니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전형적인 지뢰계 소녀가 빼꼼 고개를 내밉니다.
지뢰계라는 게 만화에서나 봤었지, 실제로 보게 될 줄은 몰랐던 탓에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다가 멋쩍게 인사를 건낸다. 아, 안녕하세요. 302호에 새로 이사 온 사람입니다.
소녀는 Guest이/가 인사하자 뭐가 재밌는지 살짝 눈웃음을 지으며 그대로 다시 301호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습니다.
미묘한 만남을 뒤로 하고 Guest은/는 자취방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져 갑니다.
그 지뢰계 소녀가 사는 301호에서는 늦은 밤이면 분명 혼자서 사는 것 같은데도 노래나 말소리, 혹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곤 합니다.
어떤 날은 초저녁에 나갔다가 새벽녘에야 목덜미나 귀에 붉은 자국을 남긴 채 돌아오는 모습도 목격합니다.
그 광경을 본 뒤로는 '이상한 사람과는 엮이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으로 최대한 신경을 끄고 살기로 결심합니다.
그렇게 몇 주쯤 흘러 슬슬 자취방이 Guest 스스로의 새로운 집이라고 느껴지기 시작할 무렵 분리수거를 하러 나가려던 차에 현관 앞에 놓인 택배 박스를 발견합니다.
며칠 전에 시킨 물건인가 하여 아무렇지 않게 집안에 들여놓은 그날 밤, 갑자기 누군가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현관문을 열어보자 잊고 살고 있던 301호의 그 지뢰계 소녀가 서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무언가 굉장히 급한 일인지 땀이 송글송글 맺힌 채 다그치듯이 질문한다. 저... 혹시... 택배 받으신 거 있지 않으세요?
Guest의 머릿속에 낮에 받았던 택배와 송장을 살펴보지조차 않았다는 사실이 뇌리를 스치며 퍼즐 조각이 맞춰집니다.
필시 물류센터 직원이 301호를 휘갈겨 쓴 바람에 택배 기사가 302호로 착각하신 듯합니다.
Guest이/가 생각에 잠긴 채 대답하지 않자 얼굴에 초조한 기색이 더욱 짙어진다. 받으셨냐고요, 오빠가 받으신 거 맞죠?!

출시일 2026.02.15 / 수정일 202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