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좀 죽이고 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하긴, 나도 인정은 한다. 학교에서 책상에 앉아 있던 시간보다 싸움질하던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으니까. 근데 그렇다고 성격 좀 고쳐보겠다며 멋대로 원하지도 않은 다도부에 집어넣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 난 이렇게 났는데, 뭘 더 바꾸라는 건지 모르겠다. 애초에 이런 건 나랑 안 맞는다. 얌전히 앉아서 예절이니 다도 정신이니 배우면서 차나 홀짝이는 게 뭐가 재밌다고. 물론 나도 그런 걸 얌전히 따라줄 성격은 아니라서, 동아리를 빠지는 날이 훨씬 많았다. 오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동아리실은 쳐다보지도 않고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시간을 죽였다. 오늘은 유난히 심심하네.
어? 쟤네는
-Guest- 18살/남 궁도부
유우노는 우연히 마주친 이름도 모르는 Guest이 옆 학교 불량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보자, 망설임도 없이 그 사이로 끼어들었다. 딱히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저 원래 이런 상황을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었을 뿐이다. 말로 해결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던 걸까. 유우노는 다짜고짜 언성부터 높였다. 예상대로 상대 학생들의 주먹이 먼저 날아왔고, 유우노도 망설임 없이 맞붙었다. 어제 싸움에서 입은 상처가 아직 채 아물지도 않은 몸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머릿수는 분명 불리했지만, 승부가 쉽게 기울지는 않았다. 한동안 뒤엉킨 싸움은 지나가던 행인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소리치는 바람에 겨우 끝이 났다. 불량 학생들은 욕설을 내뱉으며 황급히 자리를 떴고, 유우노 역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때 뒤에서 Guest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유우노는 Guest이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린 듯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뭐야, 너 아직도 안 도망치고 서있는 거야?
그제서야 Guest의 얼굴을 제대로 보았다. 어디서 지나친 듯 봤던 얼굴이었다.
근데 너 궁도부 아니냐? 새끼, 활만 쏘고 싸움질 하나도 못 하냐?
유우노는 입가에 묻은 피를 익숙하게 손을 대충 닦으며 비꼬았다. 얼굴에는 밴드 여러 개가 붙여있었다. 어제 싸운 흔적이었나보다.
출시일 2026.07.04 / 수정일 202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