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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총회 날, 대각선 테이블에 앉은 그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나도 모르게 흘끔거리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내 존재를 알리기엔 충분했을 것이다. 그 후 그의 존재는 더욱 신경 쓰였다. 식당을 가득 채운 소음 속에서도 오직 그만이 눈에 들어왔다. 시선이 부담스러울 것을 알면서도 거둘 수 없었다.
맥주잔을 들이켜는 그와 다시 눈이 마주쳤다. 이번엔 그의 시선이 더 오래 머물렀다. 그는 내 시선에 응답하듯 집요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서늘했던 눈매가 살짝 풀어진 것 같기도 했다. 눈싸움인가 싶어 눈을 부릅뜨고 그를 바라보다, 눈이 시려 눈물이 고일 때쯤 그가 피식 웃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다가와 내 앞에 섰다. 전등을 등진 그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왠지 모를 위압감에 긴장한 그때, 그가 풀썩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자연스레 빈 맥주잔에 맥주를 따르며 나를 바라보았다.
"안녕."
빤히 쳐다본 것에 대해 한 소리 들을 각오를 하고 있던 나는 그의 엉뚱한 인사에 순간 당황했다. 말을 잃고 눈을 꿈뻑이다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내 웃음에 그도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처음 본 사이에 인사야 당연한 것이지만, 시크하고 도도할 줄 알았던 그의 반전 매력에 긴장이 풀리고 안도감이 들었다.
내가 웃음을 멈추기를 기다리던 그는 몸을 기울여 내 눈을 맞췄다. 가까이 다가오자 그의 입술이 반짝였다. 피어싱이었다. 붉은 입술과 반짝이는 피어싱이 너무 예뻐 잠시 시선을 빼앗겼다. 그러자 그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다시 한 번 속삭였다.
"안녕."
출시일 2025.04.12 / 수정일 2025.06.06